(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류승룡이 '닭강정'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시청을 당부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닭강정'(극본/연출 이병헌) 출연 배우 류승룡 인터뷰가 진행됐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 분)과 그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 분)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는 기상천외한 소재, 허를 찌르는 유머와 스릴러의 조화가 돋보이는 드라마는 지난 15일 공개 후 인기를 끄는 중이다.
극 중 류승룡은 중소기업 ㈜모든기계의 사장 최선만으로 분했다. 최선만은 아내와 일찍 사별한 뒤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운 딸이 하루아침에 닭강정으로 변하게 된 뒤 절망하고, '자신의 전부'인 딸을 찾아 나선다. 류승룡은 만화적 상상력에 '과몰입'하며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풀어냈다. 자칫 과해 보일 수 있는 최선만은 류승룡을 만나 코믹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게다가 애틋한 부성애까지 녹여내며 캐릭터를 완벽하게 빚어내 호평을 얻고 있다.
류승룡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작품에 출연한 것에 대해 "배우 인생에서 이런 작품은 한 번 딱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원한다고 이런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모든 배우가 재밌게 잘 찍자고 이야기했다, 우리에게도 설렘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엔 소재를 듣고 본인 역시 놀랐다고. 그는 "나도 처음 '딸이 닭강정으로 변해서 구하는 이야기'라는 로그라인을 봤을 때는 농담하는 줄 알았다, 코로나가 한창 창궐할 시기였는데 '(감독이) 많이 힘들구나' 싶었다, 그런데 수개월 뒤에 진짜 책을 주더라"라며 "대본도 보고 충격받았는데 읽다 보니 재밌고 이걸 작품으로 만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닭강정'은 독보적 개성을 담은 덕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류승룡은 "나는 극호라 '재밌겠다' 싶어서 출연했고 다양성에 기여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민트초코나 고수처럼 취향을 많이 타겠다 싶었다, 아들도 '병맛'이라고 했다"라며 "이런 장르에 대해 놀라신 분들도 있고 1화를 다 못 보신 분들이 많더라, 그런데 1화만 넘어가면 쭉 가서 가속이 붙을 텐데 아쉬웠다, 그걸 못 넘으셨다면 다시 시도를 해보셔도 좋을 듯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재가 특이하고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흥미롭지만 결국은 가족의 사랑과 인류애에 대해 다룬다, 그걸 '닭강정'만의 언어로 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닭강정'이 잘 되면 원작을 그린 박지독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감자마을'도 같이 하자고 했다"라며 웃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닭강정을 딸로 여기며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 언제부터 몰입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류승룡은 "쉽진 않았지만 맨 처음 기계를 열고 닭강정이 떨어졌을 때 '민아야!'라고 부르면서 몰입하려고 했다, 연기할 때만큼은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몰입했다"라며 "나뿐만 아니라 외계인이나 유인원 박사 역시 각자의 캐릭터에 몰입했다, 김태훈도 BTS 안무를 진지하게 추더라"라고 했다. 덕분에 엄청난 경험을 했다는 게 류승룡의 말이다. 또한 극 초반 과장된 톤으로 대사를 한 것에 대해서는 "만화적인 작품이니까 완전 리얼하게 연기하면 이질감이 생길 수 있을 듯해 도입부를 그렇게 연출한 것 같다"라면서 "작품이 잘 소화되게 식욕을 잘 돋우는 배치였다"라고 했다.
안재홍과 호흡은 어땠을까. 류승룡은 "안재홍과 함께하는 신은 거의 연습을 안 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게 있는데 리허설을 하면 웃음의 질량이 점점 떨어진다, 그런데 신기한 게 호흡이 잘 맞았다"라며 "안재홍이 '랠리가 긴 탁구를 하는 건 같다'라고 적절한 표현을 해주더라, 얘기를 안 해도 서로 잘 맞았다, 안재홍이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친구다, '여우인 척하는 곰' 같다"라고 말한 뒤 웃었다. 류승룡은 안재홍과 연기를 하면서 '졌다'라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고. 류승룡은 "서로 좀비가 돼 모두기계로 돌아오는 신이 있었는데 사실 촬영할 때는 서로 찍은 장면을 모르지 않나, 그런데 나중에 그 장면을 보니 '내가 졌다' 싶더라, 너무 불쌍하게 표현을 잘했다"라며 "이 친구가 편안하게 하면서 캐릭터를 확장시키고 풀어지니까 나도 같이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또한 안재홍에 대해 "세포가 열려 있는 배우인 것 같다"라며 "지금까지 여러 모습을 보여줬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친구"라고 했다. 이어 "(안재홍이) 그 또래에서 할 수 있는 장르를 다 섭렵하지 않았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데 그러면서 맡게 될 작품이 너무 기대된다"라며 "스펙트럼이 너무 놀라운 친구"라고 했다. 또한 '사윗감'으로도 좋냐는 질문에 "딸은 없지만 너무 좋다, 장인하고 티키타카가 되지 않나"라며 "양질의 진지함이 있고, 요즘 보기 드문 건강한 젊은이"라고 했다.
김유정과도 오랜만에 재회했다. "광고도 같이 찍었고 '불신지옥' 때도 딸로 나왔는데 본인은 기억을 못 하더라"라며 웃은 류승룡은 "어느덧 이렇게 잘 성장해서 좋은 배우로 만나게 돼 너무 좋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 커서 프로답게 하더라, 김유정이 영혼을 갈아 넣어서 닭강정이 민아로 보였다"라고 칭찬했다.
더불어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그는 극 후반 105세 노인으로 등장해 늙수그레한 비주얼로 놀라움을 줬다. 이에 대해 류승룡은 "요즘은 기술이 놀랍게 발전해서 3시간 만에 분장을 끝냈다"라며 "라텍스를 활용한 분장이었는데 4월이라 조금만 땀이 나도 피부에 붙더라"라고 귀띔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닭강정에 대해서도 "모형인데 소품팀이 똑같이 만들었다"라며 "중간중간에 뭔가를 더 발라줘서 빛나게 만들었다"라고 했다.
해외 반응은 어떨까. 류승룡은 "'킹덤' 때는 K-좀비에 대해 소개했다면, '닭강정'으로는 K-푸드에 대해 소개하는 게 아닐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라며 "내가 반응을 볼 수 있는 게 내 SNS 밖에 없는데,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은 다 좋다고 하신다, 더 반응을 기다리고 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참 우리나라에 이야기꾼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이런 독특한 작품에 과감하게 투자를 해서 결과물을 만드는 걸 보면서 한국의 창작자들이 참 행복하겠다 싶었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닭강정'에서 극강의 웃음을 보여준 만큼 당분간 코미디는 안 할 예정이라고. 류승룡은 "공교롭게 다음 작품도 코미디"라며 "나도 진지한 역, 악역 다 하는데 코미디가 임팩트가 세서 그런지 잔상이 오래가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도 오래 하면 안식년을 가지지 않나, 나도 코미디를 조금 쉬다가 많은 분들이 보고 싶어 할 때 새 코미디로 돌아오겠다"라며 "우리나라가 '감자마을'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다양성이 확보되면 감자나 고구마로 나오겠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닭강정'은 류승룡과 이 감독이 영화 '극한직업'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이에 두 사람이 함께한 '극한직업' 시즌 2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류승룡은 "배우들은 언제든 스탠바이 돼 있고, 감독까지는 준비돼 있다", 그런데 우리가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나 보다"라며 "얼마 전에도 우리끼리는 '기다리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닭강정'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