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사이에서 일부에서는 의사를 ‘악마화’하는 것에 지쳐 사명감을 잃었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할 예정이었던 전공의 A씨는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소아과 전공의라 사명감으로 일하고 싶었는데, 이번 사태로 의사를 돈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악마화하는 것 같아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며 “주변에 병원으로 돌아가는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고 아예 전직을 해 펀드매니저 시험을 보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A씨처럼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병원에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째가 된 전공의들은 병·의원을 개설하거나 일반의로서 취업할 수 없는 상태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전공의 신분이 유지되는 만큼 의료법에 의해 겸직이 금지다.
이들은 불법 겸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사 면허가 필요 없는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사회는 전공의들의 재취업을 돕겠다며 이달 초 ‘구인·구직 게시판’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연대의대 교수들 "사직서, 절박한 선택…진료축소 불가피"
이런 가운데 정부의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임박하면서 서울대·연세대 등 주요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연세대 의대·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교수들은 의료 현장을 지키는 동안 필수 의료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지만 의료진의 상태를 고려해 환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축소 개편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유 여하를 떠나서 환자와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우려를 끼쳐드렸기에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정부는 지난달 6일 기습적으로 발표한 졸속 의대증원과 의료정책으로 인한 의료 혼란과 국민 불안에 즉각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사직과 휴학을 결심한 것은 ‘진정한 의료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공감하며 지지한다"면서 "정부는 전공의를 초법적으로 협박하는 행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2000명 의대증원 및 충분한 준비없는 의료정책 강행으로 교육 및 의료 생태계는 혼란에 빠졌다"면서 "관련 정책 책임자는 국민 고통에 대해 사죄하고, 대통령은 잘못된 정책 추진자들을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비대위는 지난 18일 서울 신촌과 강남, 경기 용인에서 교수 721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정부가 신속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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