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최근 봄·가을에 발생하는 최저 전력수요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거 여름·겨울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대응하던 것을 넘어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것에도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탄소중립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늘면서 발전원 구성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전기는 공급이 수요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발전기 연쇄 고장, 정전 발생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사전방지를 위해 최저 전력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기는 넘쳐도, 부족해도 문제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안정적 전기공급은 특정 주파수(국내 정격치: 60Hz) 실시간 유지가 관건이다. 가정용·상업용·산업용 부하(전기수요)가 발전소에서 생산된 발전량(공급)보다 낮을 경우 주파수 상승하며, 부하가 높을 경우 주파수는 하락하게 된다.
주파수가 정격치인 60헤르츠(Hz)를 크게 벗어나게 되면, 발전기 연쇄 고장 등으로 전력계통이 불안정해지고, 정전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특히 최근에는 봄 가을철 발생하는 저 전력수요에 대응한다는 점이 2020년대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2020년 이전까지는 동·하계 냉난방 수요 증가에 대비한 공급이 중요한 이슈였다.
2020년 이전까지 정부는 경제성장, 인구 증가 등에 따라 매년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맞춰 필요한 적정 발전량을 산출하고, 이에 따른 발전설비를 확충하는 데 목표를 뒀다.
특히 2011년 발생했던 9.15 대정전 사태는 정부가 전력공급 확대에 중점을 뒀던 이유였다. 당시 하반기 전력수급 기간이 끝난 산업부와 한전은 겨울철을 대비해 발전기를 정비중이었다. 하지만 전국적 이상기후로 9월에 무더위가 발생하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했고,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서 지역별 순환단전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반면 최근에는 봄, 가을 전력수요 감소에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늘어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때문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력 수요 대비 공급 초과를 이유로 태양광 발전을 강제로 중단시켰다. 전력 과잉 생산시 송·배전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급증에 공급 관리 난이도↑
과거 발전원은 예측가능성이 높은 화력, 원전, 가스발전 등으로 구성됐다. 가스, 화력은 연료투입에 따라 출력조정이 가능하며, 원전은 일정한 출력을 유지하나는 점에서 예측가능성이 높고 안정적 발전으로 수요 대응이 용이했다.
하지만 탄소중립과 에너지 믹스 변화에 따라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했다. 태양광 설비는 2013년 1.0GW(기가와트)에서 2023년 28.9GW로 최근 10년간 원전 28기 규모에 해당하는 27.9GW 증가하는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었다.
대폭 증가한 태양광 발전은 기상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며, 기존 발전원과 달리 발전량 예측이 어려워 전기공급 불확실성 증가한다. 또 자가용 태양광은 발전량만큼 전기수요 감소효과가 있으나, 이러한 효과가 기상여건에 좌우되어 전기수요 예측에 어려움을 준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기수요가 낮은 봄철·가을철, 태양광 발전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된다. 특히 수요가 낮은 봄철, 태양광 이용률의 맑은날(89% 수준)과 흐린날(18% 수준) 편차가 약 71%p(20.5GW 규모)로 매우 높아 수급관리의 난이도가 대폭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춘·추계 전력수급 계획으로 공급과잉 최소화
봄·가을철 전기사용량(소비)는 냉·난방부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여름·겨울철의 65%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올해 봄에는 지난해 봄에 기록한 39.5GW보다 하락한 37.3GW까지 하락할 것으로 산업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당국은 2024년 봄철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을 수립해 올 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3월23일~6월2일, 총 72일)을 작년보다 1주일 확대·운영하기로 했다. 선제적으로 전력계통 안정화 조치를 이행한 후 계통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출력제어를 검토·시행할 계획이다.
사전에 마련한 안정화 조치로는 △원전 4기 등 주요 발전기 정비 일정 조정 △미세먼지 저감을 고려한 석탄단지 운영 최소화 △공공기관 자가용 태양광 운영 최소화 △수요자원(DR) 활용 등이 있다. 산업부는 자연스럽게 전력 공급량을 줄이고 수요량을 늘려 전국의 전력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통 불안정성이 심화할 경우에는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불안정 원인을 검토하여 출력제어에 들어간다. 출력제어가 상대적으로 쉽고 연료비가 높은 유연성 전원(석탄·LNG)을 먼저 출력제어하고, 그래도 출력제어가 필요한 경우에는 원전과 연료전지, 바이오, 태양광, 풍력 등 모든 발전원이 출력제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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