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용 GPU에 필수 탑재 메모리
SK, 美 엔비디아 행사서 양산 발표
마이크론보다 납품 시기 빠른 듯
삼성도 '12단 제품' 실물 선보여
상반기 양산 앞두고 업계 촉각
SK, 美 엔비디아 행사서 양산 발표
마이크론보다 납품 시기 빠른 듯
삼성도 '12단 제품' 실물 선보여
상반기 양산 앞두고 업계 촉각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한발 빠르게 대량생산 체제를 가동하면서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기반을 마련했다. 올 상반기 중 HBM3E 양산을 앞둔 삼성전자·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양산수율(양품 비율), 적층방식 등 차세대 HBM 기술력이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 엔비디아 행사서 발표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8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주최한 세계 최대 AI 컨퍼런스 'GTC 2024' 개막에 맞춰 업계 첫 24GB 용량의 HBM3E 8단 양산을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칩 'B100'를 공개한 직후다. SK하이닉스가 HBM3(4세대)에 이어 HBM3E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공고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HBM은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수 탑재되는 D램이다. 차세대 AI 칩인 B100과 'H200'에는 HBM3E가 각각 8개, 6개 장착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 53%(트렌드포스 기준)를 차지한 업계 1위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공급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의 발표는 상반기 중 HBM3E 양산을 예고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견제 목적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마이크론 모두 GTC 2024에 전시부스를 마련해 HBM3E를 포함한 첨단 메모리반도체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수율·적층방식, 차세대 HBM 변수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에서 가장 경계하는 곳은 삼성전자다. 차세대 HBM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최대 강점인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36GB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한다. 36GB는 업계 최대 용량으로, 전 세계에서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한 건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 성능과 용량은 전작인 HBM3 8단 대비 각각 50% 이상 향상했고, 수직 집적도는 20% 이상 높였다. 이를 통해 12단임에도 기존 8단과 동일한 높이로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GTC 2024에서 HBM3E 12단 실물제품을 외부에 최초 공개할 만큼 기술력에 자신감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생산능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월 HBM 생산능력이 올해 4·4분기 15만~17만장으로, SK하이닉스(12만~14만장)를 추월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월 마이크론은 올해 2·4분기 엔비디아에 24GB HBM3E 8단 공급계획을 발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HBM3를 건너뛰고 HBM3E 양산으로 직행하는 과감한 선택에 업계는 놀란 분위기가 역력했다. 다만 마이크론의 실제 납품 시기는 SK하이닉스보다 늦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마이크론 HBM3E 제품의 초기 양산수율, 생산능력 등에 대한 업계의 의구심도 큰 상황이다.
결국 차세대 HBM 시장에서 3사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변수는 수율과 적층방식이 꼽힌다. D램은 높이 쌓을수록 HBM 두께가 두꺼워져 발열제어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칩을 쌓으면 물리적으로 하방압력이 가해져 칩이 휘어지는 점도 난제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로 다른 적층방식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D램 사이에 비전도성접착필름을 넣어 HBM을 결합하는 '열압착 비전도성접착필름(Advanced TC NCF)' 방식을 적용했고, SK하이닉스는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정 사이에 주입해 굳히는 '어드밴스드 매스리플로 몰디드언더필(MR-MUF)'을 썼다.
업계 관계자는 "HBM3 기술우위를 확보한 SK하이닉스가 HBM3E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와 강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삼성전자가 업계 최대 용량의 HBM3E 12단을 승부수로 띄운 만큼 HBM 고단 적층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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