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10분부터 시작해 20분 만에 동나
"가성비 좋다" 호응…올해 예산 두 배 확대
학교 비용부담 우려도…지속가능성 의문
"추가예산 확보…학교 의지도 필요"
[파이낸셜뉴스] "일부러 시간 맞춰 나왔는데 허탕이에요."
지난 22일 오전 9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1층 식당. 경영학과 3학년 이모씨는 아침밥을 먹으러 학생식당을 찾았지만 발길을 돌렸다. 이씨는 "한끼를 싸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났다. 편의점에 가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렇게 이씨가 자리를 뜬 이후에도 학생식당을 찾는 학생들은 끊이지 않았다. 다만 이씨처럼 '천원의 아침밥'을 먹지는 못하고 자리를 떠나야 했다.
고물가 시대를 반영하듯 '천원의 아침밥'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은 높았다. 수요가 인기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이씨처럼 먹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학생들은 더 많은 지원을 원하는 눈치였다.
고물가에 호응 높아진 '천원의 아침밥'
천원의 아침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00원을 지원하면 지자체, 학교 등이 추가비용을 부담해 학생에게 1000원에 아침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지만 지원 규모를 늘리지 못하다가 고물가에 학생들의 호응이 급증하자 지난해 사업예산이 25억원으로 늘었다. 전년대비 5배 규모다. 올해는 작년 대비 두배 가까이 늘어난 48억원이 책정됐다.
건국대는 지난 18일부터 이번 학기 '천원의 아침밥' 운영을 시작했다. 아침 8시 10분부터 수십명이 긴 줄을 서서 밥을 먹기 시작해 8시 30분이 조금 지나 100인분이 모두 동났다. 여유분으로 준비된 20인분마저 다 팔려나갔다. 9시 30분까지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정했지만 일찍 오지 않은 학생들은 먹을 수 없었다.
기계공학과 2학년 A씨는 "이틀 연속 밥을 먹으러 나왔는데 만족도가 높다"며 "자취하고 있어서 아침을 여기서 해결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 학생 4학년 B씨는 "아침에 학식으로 먹을 만한 메뉴가 없어서 바깥에서 비싼 밥을 먹었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제대로 된 한식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식사가 빠르게 소진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공급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분위기였다.
건국대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 120명 정도까지 받았는데 평균적으로 그 이상 먹지는 않았다"며 "식당에서 점심 준비를 시작하는 부분도 고려해 반영한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재정만으론 지속 지원 어려워"
천원의 아침밥의 높은 인기에 학교의 고민은 커지고 있었다. 특히 재정의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인원수에 구애 받지 않고 천원의 아침을 주는 대학은 고려대 정도다. 대부분 학교는 하루 150명 내외로 식사 수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한 세종대는 2학기에 사업을 중단했다가 올해 재개했다. 올해는 중간, 기말고사를 낀 4주씩, 1년에 총 4번 운영하기로 했다. 대신 하루 식사 인원은 300명으로 잡았다.
세종대 관계자는 "구청이 지원을 안 해주면 학교 재정만으로는 쉽지 않다"면서 "일단 올해는 정부 지원금도 늘고 구청도 지원해 주면서 학생들이 많이 오는 기간에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학교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천원의 아침밥) 운영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내년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특정 학생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체 청년이 아닌 대학생에게만 지원된다거나 대학생 중에서도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만이 혜택을 본다는 비판이 학교 대나무숲(익명 커뮤니티)에도 종종 올라온다"며 "지자체 지원이 유지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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