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기술 패권시대…'산학연관’ 협력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0 18:32

수정 2024.03.20 18:32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첨단 기술발전으로 수개월 사이에도 격세지감을 체감한다.

초가속 파괴적 변화가 지속되는 시대에 살면서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업자단체에 대한 기대나 요구도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정보의 비대칭, 기업간 연결성 한계로 사업자단체가 가교 역할을 했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 초연결 시대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완화되면서 기업이 갖는 비용절감, 자원확보, 네트워크 확장의 편익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아졌다.

변화하는 시대에 사업자단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산업에 어떤 효용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30년간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다.

산업을 육성하기에 쉽지 않은 환경을 가진 중소도시, 미국의 볼더, 프랑스의 툴루즈 지역이 주목할만하다.
흥미로운 것은 두 지역 모두 사업자단체가 기업, 정부, 학교를 상호 연결하면서 세계적인 산업 도시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 콜로라도주 인구 10만명의 도시 '볼더'는 미국을 대표하는 강소 창업도시다. 볼더에는 미국 최대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즈가 있다. 테크스타즈는 일반적인 액셀러레이터와 달리 비영리단체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전체를 조건없이 먼저 돕는 'Give First'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테크스타즈가 만든 '플레지(Pledge) 1% 콜로라도'가 있다. 이 사업자단체는 2007년부터 지역사회 경제주체들이 자본, 시간을 기부하며 서로 연결시키고 서로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테크스타즈는 더 나아가 2015년부터 7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지역사회의 기업가, 학교, 정부의 촉매제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데, 테크스타즈가 만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총 151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다음은 유럽 우주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 남부도시 툴루즈다. 프랑스는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우주발사체를 성공시킨 우주강국이다. 프랑스는 테크노폴 정책에 따라 툴루즈에 우주항공분야 연구소, 교육기관, 산업체들을 집결시켰고 경제주체간 협업을 위해 '에어로스페이스 밸리'를 설립했다. 이 사업자단체에는 기업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 연구소,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 860개 이상 회원들이 가입돼 있다. 연간 200회 이상의 회원간 협력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며 혁신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자금조달, 기술멘토 매칭 등도 지원하면서 50만 미만 중소도시인 툴루즈를 유럽내 최대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성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해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제주체들이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동안 산업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아쉬운 점은 한국 생태계의 개방성과 협업 정신, 그리고 촉매 역할 부족이다. 해외사례를 우리 상황과 비교하면,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업자단체가 핵심주체로 산업을 주도하며, 참여하는 경제주체들도 장기적인 헌신과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주체간 연결도 선형적 일방적 네트워크가 아닌 수많은 상호작용이 이뤄진 '복잡계 네트워크'을 구축하고 있는 차이가 있다.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을 돌이켜보면 위기의식 속에서 로봇제조사와 부품기업간의 협업을 통해 추진했던 국산 부품의 필드라인 적용 시도, 1등을 따라잡기 위해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추진했던 청소로봇 연구개발, 세계 시장을 공동 선점하기 위해 추진한 한·이스라엘 공동연구개발 등 소기 성과를 도출했던 사업들의 핵심도 결국 개방성과 협력이 근간이었다.


이에 국가간 첨단 기술 경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생태계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사업자단체라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경제주체간 개방성과 협업적 사고를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상호작용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해 본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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