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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조카의 난', 박찬구 '3연승'(종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2 11:42

수정 2024.03.22 11:42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연합뉴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021년, 2022년에 이어 올해 다시 불붙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박찬구 회장의 표대결, 이른바 '조카의 난'이 사실상 박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박 전 상무가 행동주의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자사주 소각,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된 것이다. 이번 대결마저 패하며 박 전 상무는 '3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박 전 상무 측 주주제안, 모두 부결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 측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됐다.

사실상 박 전 상무의 패배다.
그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김경호 현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건 등 3가지 주주제안을 냈지만 국민연금, 소액주주 모두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박 전 상무는 박 회장 둘째 형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이번 주주제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이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이 가지고 있는 자사주 18.4%를 전량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미소각 자사주가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고, 이들 자사주가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독립성이 결여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 구성으로 금호석유화학이 저평가됐다는 점을 차파트너스와 공감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박 전 상무가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를 백기사 확보 등 경영권 강화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제안을 했다고 분석한다.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우호세력에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나기 때문에 자사주는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 말 OCI와 자사주를 상호 교환했다. 2022년 초 박 전 상무는 이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사실상 박 전 상무 완패… 동력 상실
박 전 상무가 삼촌 박 회장과 표대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1년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 배당 및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과 관련한 주주제안을 냈지만 패배했다. 이후 박 전 상무는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임됐다. 2022년에도 배당과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주주제안을 했지만 결과는 금호석유화학의 승리였다.

일각에서는 올해 박 전 상무 측 주주제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앞서 정부가 지난 2월 말 상장사는 최소 연 1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고, 적극적으로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금호석유화학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3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주주제안마저 통과되지 않으면서 박 전 상무는 '3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재계는 박 전 상무가 이번 패배로 동력의 적지 않은 부분을 잃었다고 내다본다.

한편 박 전 상무 측이 완패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전 상무 주주제안 이후 3월 초 기존 보유 자사주의 절반인 262만4000여주를 오는 2026년까지 분할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발표 이후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소폭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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