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연예일반

(23일)'파묘' 흥행 성공 만든 MZ 무당과 MZ 관객, 그리고 MZ 마케터즈 [N딥: 풀이]③

뉴스1

입력 2024.03.23 08:31

수정 2024.03.23 08:31

'파묘' 쇼박스 마케팅팀, 배급팀, 홍보팀 MZ 실무자들. 박예진, 박연수, 이연지, 김진형씨. 2024.3.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파묘' 쇼박스 마케팅팀, 배급팀, 홍보팀 MZ 실무자들. 박예진, 박연수, 이연지, 김진형씨. 2024.3.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파묘' 쇼박스 마케팅팀, 배급팀, 홍보팀 MZ 실무자들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파묘' 쇼박스 마케팅팀, 배급팀, 홍보팀 MZ 실무자들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파묘' 포스터
'파묘' 포스터


'파묘' 쇼박스 마케팅팀, 배급팀, 홍보팀 MZ 실무자들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파묘' 쇼박스 마케팅팀, 배급팀, 홍보팀 MZ 실무자들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장아름 기자 = 컨버스를 신은 젊은 무당 김고은의 혼신 다한 굿판과 관객들이 준 갖가지 액세서리(?)를 착용한 채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민식 바오'. 괴기스럽거나 스산해야 할 오컬트 영화의 포스터임에도 '힙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세련된 포스터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파묘'는 20~30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마케팅 맛집'으로 소문이 날 대로 났다. 'MZ 무당즈'라고 불리는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이 중심에 선 이 영화에 젊은 관객들은 열광했고, 이는 다채로운 2차 창작물들(아트 포스터, '밈' 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같은 MZ 관객들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인터렉티브 마케팅'(Interactive Marketing)으로 요즘 흥행에 필수 요소라는 '입소문'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파묘'의 배급사 쇼박스에서 근무하는 배급-마케팅-홍보 부서의 직원들이다.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배우들, 제작자부터 시작해 배급 이후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는 이들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 영화가 비로소 관객들과 호흡할 때 '흥행'을 이룰 수 있다. '파묘'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뿐 아니라 마케팅과 홍보까지 '완벽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반응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이벤트와 홍보물을 기획하고 완성한, 전원 90년대생 '파묘'의 MZ 배급-마케팅-홍보 담당자들을 만나 치열하고 즐거웠던 흥행 뒷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이연지(쇼박스 콘텐츠 기획 마케팅팀 과장(34·포스터/예고편 등 선재물 기획 및 제작, 이하 이연지), 박예진(쇼박스 콘텐츠 기획 마케팅팀 대리(29·온/오프라인 전반 마케팅 전략 실행, 이하 박예진), 박연수(쇼박스 홍보팀 대리(30·언론 매체 대응 및 PR 전략 실행, 이하 박연수), 김진형(쇼박스 배급전략팀 대리(31·배급 전략/극장 프로모션 실행, 이하 김진형)와 마주 앉았다.

<【N딥: 풀이】 ②에 이어>

-'할꾸' '팬아트' 등을 '인터렉티브 마케팅'이라고 보면 될까.


▶(이연지) 전통적으로 영화 마케팅을 할 때 가장 큰 목표는 관객들을 극장에 끌어들이는 것인데, 요즘에 체감하는 건 관객 혹은 예비 관객들에게 뭔가 이야깃거리, 놀잇거리가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그 흐름을 같이 타는 게 마케팅의 과업이 된 것 같다. 이게 일방향이 아니라 진짜 인터렉티브로 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스페셜 포스터를 선보이면서 더욱 실감하게 됐다. 모든 마케터들이 새로운 것, 새로운 것, 안 해본 것, 즐거운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인데 이번에는 인터렉션이 너무 잘 되다 보니까 (관객들이) 마케팅에 날개를 달아주신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파묘'의 어떤 특징 때문인 것 같나.

▶(박예진) 그게 아무래도 '팬층'인 것 같다. 이 영화를 관심 있게 봐주시는 팬들이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주시고, 그 아이디어를 저희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박연수) 진짜 특이한 경우이긴 한 것 같다. 900만 돌파 당시 공식 채널에 인증샷을 업로드했는데 다같이 '으샤으샤' 하면서 '1000만 가자'고 해주시더라. 작품 자체도 그렇고 감독님과 배우까지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굿어롱' 시사회도 아이디어가 독특했다.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

▶(김진형)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는데 영화 후반부에 영근 역을 맡은 유해진 배우가 찬송가를 부르는 신이 나온다. 찬송가를 부를 때 할머니 관객분들께서 그걸 따라 부르셨다는 그런 글이 커뮤니티에 있더라. 이 장면이 상상만 해도 너무 재밌어서 '너무 귀여우시다' '우리도 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웃음) '싱어롱' 상영이라는 것 자체가 음악 혹은 애니메이션 장르에 국한돼서 진행됐던 상영회이다 보니까 '우린 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우리의 강점인 굿을 갖고 하면 너무 재밌는 상영회가 되겠다' 했다. 이번 달 30일에 진행을 하는데 저희도 관객분들과 제대로 굿판을 벌여볼까 한다.(웃음)

▶(박예진) 관객분들이 가장 좋아하셨던 게 화림이 경문을 외는 그 장면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든지, 봉길이 어떻게 이렇게 긴 대사를 외웠냐는 등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생각보다 경문에 관심이 많구나 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는데 커뮤니티에 원문도 많이 올라와 있더라. 저희가 먼저 공개하지 않아도 이런 걸 궁금해하신다면 '이걸 드려야겠다, 이것도 인터랙티브구나' 했다.(웃음)

▶(김진형) 사실 극장에서 반신반의했고 이게 가능한 건가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오픈되자마자 매진이 됐다.(웃음)

-굿어롱은 영상도 찍고 공개를 하는지.

▶(김진형) 무당 옷을 입고 머리를 올리고 오시는 분이 계시지 않을까 기대해 보고 있다.(웃음)

-마케팅에 홍보까지 MZ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회사 내부에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는 건지. 이런 독특한 아이디어를 수용해 주는 분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박예진) 영화 타깃이 10대, 20대 젊은 층이다 보니 팀장님 등 윗분들도 저희 의견을 열고 받아주셨던 것 같다. 처음 했을 때의 반응이 좋다 보니까 이후부터는 저희를 믿고 맡겨주셨던 것 같아서 큰 어려움 없이, 유관 부서들끼리 협업하며 '이번에 이걸 해볼까' 하면 '그래 해보자'고 거의 바로 진행하는 형태로 즐겁게 해왔다.

▶(김진형) 실무진끼리 소통이 워낙 잘 돼서 하나를 던지면 저쪽에서 2개를 던져준다. 그게 워낙 잘 맞아서 윗선에서도 저희의 제안을 많이 존중해 주시고, 그 덕에 이번에는 아이디어를 해치지 않고 의도 그대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 굉장히 좋은 효과가 있지 않았나 한다.

▶(박연수) 일적으로 대화하는 것 외에 장난으로 던지는 것에서 디벨롭이 된다거나, 의견을 물어볼 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에서 피드백을 노력하는 것 같다. 팀장님들 또한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제시를 해주시면 수정해 가는 시너지가 좋았던 것 같다.

▶(박예진) 또 너무 하나에만 매몰돼 있으면 다른 생각을 못 할 때가 많다. 관객 입장이 아니라 너무 내부 사람의 의견이 될 수가 있어서 이걸 다른 부서들과 공유하면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겠더라. 마케팅, 홍보, 배급 부서뿐만 아니라 경영지원팀 등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면서 진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층은.

▶(박예진) 영화를 보고 입소문을 가장 많이 내는 분들이 2030이다. 그래서 이분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를 주려고 콘셉추얼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 타깃층이 넓었던 '3일의 휴가' 같은 경우에는 울참 챌린지, MBTI와 관련된 TF 시사회를 기획을 해서 입소문이 나도록 했다. 마케팅이 타깃을 설정해서 진행하긴 하지만 입소문을 낼 수 있는 관객들은 20대이다 보니까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김진형) '파묘' 같은 경우에도 비교적 많이 관람하신 분들은 30대이지만, 팬덤이 돼서 같이 떠들고 나눌 수 있는 분들은 10대, 20대분들이 많다 보니까 입소문 마케팅은 20대를 타깃으로 많이 나가는 것 같다.

-팬데믹 이후 이런 이야깃거리를 주는 게 더 중요해진 것 같다. 팬데믹 전후로 마케팅, 홍보의 전략이 많이 달라진 걸 실감하나.

▶(이연지) 많이 달라지긴 한 것 같다. 이전에는 이랬고, 지금은 이랬다고 하기엔 지금도 많이 변하고 있고, 변화의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이전 데이터 기반으로 흥행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이슈와 흐름 예측이 사실 잘 안되긴 한다. 예전처럼 극장 성수기가 몇 월이고, 큰 작품은 이때 가야 하고 이런 공식들이 무의미해진 것 같다. 그러면서 저희도 그때그때 반응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요즘의 홍보, 마케팅이 되는 것 같다.

▶(김진형) 예전엔 극장 성수기, 비수기가 명확해서 7~8월에는 몇 명의 관객이 드니까 이 정도의 공간에 작품을 배정할 수 있다는 데이터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그런 게 서서히 옅어졌다. 오히려 트렌드라든지, OTT 공개작은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고려를 해서 데이터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 업무에 대해 궁금한 이들도 많을 텐데 홍보, 마케팅 등을 하기에 적합한 자질은 뭐라 생각하는지.

▶(박연수) 팀 내에도 다양한 구성원이 있으니까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크리에이티브한 면, 숫자를 잘 보는 능력 등 다양한데 다른 팀원이 어떤 장점을 지녔는지, 나와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중요하지 않을까.

-곧 1000만 돌파도 예상되는데.

▶(김진형) 1000만을 넘긴다면 영화를 시작하고 처음이다. 영화 일을 하면서 '1000만 작품도 해보게 되는구나' 감개무량하고 1000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을 텐데 이런 크루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게 계속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박연수) 저 역시도 첫 1000만을 경험하게 되는 거라 감개무량하다. 어떤 분들은 이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이 섬네일처럼 기억이 될 거라 하셨는데, 1000만을 하는 순간, 여기 오기까지의 모든 순간들이 하나씩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예진) 이 영화는 기획되는 단계부터 처음으로 같이 한 작품이다. 다양한 작품을 했지만 준비 과정부터 지켜본 영화가 좋은 결과로 첫 1000만을 하면 너무 기분이 좋고 이 기억을 갖고 다른 1000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연지) 1000만 영화라는 것 자체가 잘 된 흥행 영화의 고유명사처럼 불려지고, 배우진이 좋으면 으레 '당연히 1000만 간다'고 말해왔는데 팬데믹 이후부터 박스오피스도 말도 안 되게 줄어들고 스코어 자체 볼륨이 확 줄어서 영화계가 언제 살아날까 같은 마음으로 고대해 온 것 같다. 최민식 배우도 한국 영화계 발전에 대해 다시 말씀하셨는데, 배우분들뿐만 아니라 감독님 그리고 관객분들까지 같이 이룬 1000만인 것 같다.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