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장아름 기자 = 컨버스를 신은 젊은 무당 김고은의 혼신 다한 굿판과 관객들이 준 갖가지 액세서리(?)를 착용한 채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민식 바오'. 괴기스럽거나 스산해야 할 오컬트 영화의 포스터임에도 '힙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세련된 포스터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파묘'는 20-30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마케팅 맛집'으로 소문이 날 대로 났다. 'MZ 무당즈'라고 불리는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이 중심에 선 이 영화에 젊은 관객들은 열광했고, 이는 다채로운 2차 창작물들(아트 포스터, '밈' 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같은 MZ 관객들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인터렉티브 마케팅'(Interactive Marketing)으로 요즘 흥행에 필수 요소라는 '입소문'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파묘'의 배급사 쇼박스에서 근무하는 배급-마케팅-홍보 부서의 직원들이다.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배우들, 제작자부터 시작해 배급 이후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는 이들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 영화가 비로소 관객들과 호흡할 때 '흥행'을 이룰 수 있다. '파묘'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뿐 아니라 마케팅과 홍보까지 '완벽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반응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이벤트와 홍보물을 기획하고 완성한, 전원 90년대생 '파묘'의 MZ 배급-마케팅-홍보 담당자들을 만나 치열하고 즐거웠던 흥행 뒷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이연지(쇼박스 콘텐츠 기획 마케팅팀 과장(34·포스터/예고편 등 선재물 기획 및 제작, 이하 이연지), 박예진(쇼박스 콘텐츠 기획 마케팅팀 대리(29·온/오프라인 전반 마케팅 전략 실행, 이하 박예진), 박연수(쇼박스 홍보팀 대리(30·언론 매체 대응 및 PR 전략 실행, 이하 박연수), 김진형(쇼박스 배급전략팀 대리(31·배급 전략/극장 프로모션 실행, 이하 김진형)과 마주 앉았다.
<【N딥: 풀이】 ①에 이어>
-2인자로 유명한 홍진호와 연결해서 마케팅을 한 점이 돋보였다.(홍진호는 '파묘'의 개봉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파묘' 0222 콩콩절 개봉! 2024년 최고의 기대작 '파묘' 다음 주에 개봉합니다. 커밍순"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2에 집착한다'는 관객들 반응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어떻게 떠올린 발상이었나.
▶(박예진) 개봉이 2월 22일로 확정되고 이걸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사람들이 떠들 수 있게 만들까 고민을 많이 했다. 저희 영화가 오컬트이다 보니 개봉일과 관련한 미신도 찾아보기도 했는데, 숫자 2를 두고 생각하다 보니 2의 아이콘이 홍진호 님이어서 연락을 드렸다. 제안을 드렸는데 너무 흔쾌히 해주신다고 하셨다.(웃음) 개봉일까지 이슈가 되면 좋은데 장기적으로 마케팅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이 영화가 개봉했는지, 언제 개봉하는지 잘 인식을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어서 이 숫자를 통해 우리 개봉일을 확실하게 알리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이걸 관객분들도 좋아해 주셔서 그 연장선으로 2월 22일 22시에 하는 과몰입 상영회나, 알파벳 E22 좌석에 앉으신 분들을 추첨해서 상품을 주기도 했다.
-팝콘, 맛소금 등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는지.
▶(박예진) 굿즈 같은 경우에는 영화 내적인 아이템으로 시작했다. 소금, 팥, 삽 티스푼 이런 것도 영화 내적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팝콘 이벤트 같은 경우에는 삽, 묘, 극장이라는 키워드에서 시작됐다. 팝콘으로 정말 묘를 만들고 싶었는데 여건상 그게 안 돼서 삽으로 팝콘을 파는 액션을 가미해보자고 기획을 하게 됐다.
▶(김진형) 관람 행태가 예전과 달리 OTT로 많이 치중된 상황이라 극장에서 관객분들이 좋은 경험을 남기고 가시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참여형 콘텐츠에 직접 참여하시면서 SNS에 많이 올려주시고 재생산되다 보니까 극장이라는 공간을 또 좋게 기억해 주시더라. 그러면서 '이후의 경험도 또 추구해 주시겠지, 결국에는 이게 선순환이 되겠지' 하는 게 저희의 또 다른 바람이었다.
-대살굿이 영화의 주요 장면으로 꼽힐 만큼 화제가 됐다.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 특별히 대살굿을 강조한 이유는.
▶(박연수) 영화 내에서도 기운이 강한 장면이라고 생각했고, 배우 개인적으로도 많이 공들여 노력했던 장면이라 생각했다. 기자님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제작보고회 행사에서는 영화 내용을 전부 다 공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어떤 장면들이 임팩트가 있었을까 고민하다 보니 아무래도 대살굿이기도 했다. 실제로도 메이킹 인터뷰 등을 통해 최민식, 유해진 등 배우들이 '(김고은이) 투잡을 뛰었다'는 등의 좋은 말씀들을 너무 많이 해주셔서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 김고은 배우도 만신의 집에 가서 직접 무속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대살굿을 완성했다든지 하는 이런 스토리들이 재밌게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강조를 해봤던 것 같다.
-배우들의 멘트를 준비해 주는 것은 아닌지.
▶(박연수) 멘트는 저희가 준비하지 않는다. 좋은 말씀을 이미 해주셨으면 한 번 더 공개가 될 수 있도록 질문이나 내용을 조금 더 녹여내기도 한다. 배우도 그렇지만 저희도 관객의 시각과 동일하다 생각을 한다. 저희가 봤을 때도 영화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신이 대살굿이고, 이 장면이 관객들의 니즈와 더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MZ 무당즈'라는 키워드가 MZ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어필된 것 같다.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어떤 측면을 좀 더 부각하고 싶었는지.
▶(박예진) MZ 무당이라는 워딩 자체는 감독님이 이 영화를 기획하셨을 때부터 쓰셨던 워딩이어서 마케팅 처음 준비 당시에도 이 워딩을 잘 살려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캐릭터 소개와 보도자료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0대, 20대들이 MZ이기도 하지만 오컬트 영화를 주로 보는 타깃인데 이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까 고민하면서 (MZ 무당) 스틸을 더 많이 풀어주려 했다.
▶(박연수) 각자도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한데, 둘을 묶었을 때 사제지간이라거나, 듀오 이런 케미스트리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더라. 관객분들도 뭔가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반응이 많은 것 같아서 관련된 내용들도 자료나 스틸을 통해 풀어보고자 했다. 시나리오상에서 보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거나, 컨버스를 신는다거나, 스피닝을 한다거나 이런 부분들이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가 아닐까 해서 놓치지 않고 자료에 녹여내려 했다.
-'대세'인 이도현이 군입대로 아쉽게도 부재한 상황이다. 부재를 메꿀만한 전략이 있었나.
▶(박예진) 스틸과 영상 등을 통해 그의 부재를 많이 감추려고 했다.
▶(박연수) 이도현 배우 스틸에 더해서 촬영 당시 메이킹 영상을 토대로 일문일답 인터뷰를 내기도 했다. 일문일답의 경우 자주 내는 형식의 자료는 아닌데 부재하시기도 해서 공개하고 싶은 내용을 더 내기도 했던 것 같다. 이를 통해 김고은 배우나 화림과 관련된 내용을 조금 더 잘 풀어보고자 했다.
-영화 전반적으로 '힙한 이미지'가 있었다. 이 또한 타깃층에 어필되는 부분이었는데 힙한 이미지를 연결하고자 한 노력이 있었나.
▶(박예진) 아무래도 포스터 자체 비주얼이 힙하게 나온 게 출발점이었다. 그걸 관객들이 좋아해 주신다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그런 이미지로 스틸과 이런 방향의 메이킹을 더 풀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그때그때 체크하면서 진행했어서 더 좋아하셨던 것 같다.
-관객들의 반응을 체크한다는 게 느껴졌다. 한반도 형태를 띈 팬아트 포스터를 동의를 구해 새롭게 포스터로 제작한 부분도 발 빠르고 재치 있었다.
▶(이연지) 스페셜 포스터는 정말 똑같은 구조로 내부에서 제작해서 릴리즈를 앞두고 있긴 했다. 그 와중에 팬아트를 봤는데 한반도가 들어간 부분은 저희가 캐치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사실 전통적인 마케팅으로는 저희가 만들고 그냥 릴리즈해서 내보내는 것인데, 관객분들이 애정과 관심으로 봐주시니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가 많더라. 그래서 이 정도는 동의를 구해서 사용해서 같이 만들어가면 더 의미도 있겠더라. 그리고 이게 릴리즈됐을 때 이 하나로도 다른 의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팬분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포스터가 다양했는데 모두 다 반응이 좋았다.
▶(이연지) 포스터를 21개 만들었다. 이런 경우가 없긴 하다. 통상적으로 티저, 메인, 캐릭터 정도인데 외국 업체와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까 외국 업체는 직관적이더라. 우린 고려해야 할 것도 많은데 그쪽에서 작업하니 직관적으로 더 콘셉추얼하게 나와서 새로워 보였다. 그게 저희 방향과 맞아떨어지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로컬라이징된 감정이나 이런 것을 포착해 주면서 시너지가 났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저희가 무기가 많긴 했다. 이도현 배우 헤드폰 전신샷 같은 것도 오컬트라고 하기엔 그 장르와는 다른 비주얼인데 직관적으로 MZ 무당 캐릭터와 맞아떨어져서 그걸 표현하기에 좋은 작업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도전을 해볼 수 있었다. 이것저것 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희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할꾸' 또한 화제였다. 어떤 계기로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는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출연이 화제였는데 다른 때보다 더 화제성을 실감하기도 했는지.
▶(박연수) '할꾸'는 최민식 배우께서 너무 즐겁게 해주셨던 것 같다. 입소문이 나다 보니까 관객분들이 '제 것도 써주세요'라며 더 많이 가져오신 것 같더라.(웃음) 그러면서 SNS와 보도자료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끔 배포하려 했다. '유퀴즈'가 화제된 건 워낙 예능에 오랜만에 나오시기도 했고, 입담이 워낙 좋으시기도 하시다. 기존에 생각했던 이미지가 아니라 뭔가 귀엽고 소탈한 면모도 많이 보여주신 것 같아서 그런 부분 자체를 호감으로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 무대인사를 하면서도 관객분들이 선물을 주시는데 그것도 너무 즐겁게 활용해 주시다 보니까 더 좋아해 주시더라. 모니터링을 하면서 보니까 극장이 콘서트장 같았다거나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런 부분들이 힘이 된다.(웃음) 배우분들도 잘 즐겨주신 것 같아서 더 좋았다.
<【N딥: 풀이】 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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