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서쪽의 크로커스시티홀 공연장 테러 사망자 수가 133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도 121명이고, 이 가운데 어린이 2명을 포함해 44명은 중상이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슬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이 이번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미국도 IS가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배후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배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테러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을 검거했다.
용의자들은 모두 러시아 시민들이 아니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번 테러 배후가 우크라이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FSB는 용의자들이 범행 후 우크라이나 접경을 넘으려 했다면서 이들이 테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FSB는 또 핵심용의자 4명이 모스크바 남서쪽 약 300km 지점의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면서 브랸스크가 우크라이나 접경과 가깝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 5선에 성공한지 불과 1주일도 안 돼 심각한 안보 구멍을 마주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개입설을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다면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우크라이나에 마련돼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없다"
이번 테러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한 우크라이나는 관련설을 부인했다.
러시아가 배후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리라는 것은 테러 뒤 예상된 일이라면서 되레 러시아 자작극설을 주장했다.
그는 테러범들이 공연장에서 1시간 반 넘게 총을 쐈지만 제지를 받지 않았고, 공연장에 타고 온 차량을 타고 다시 떠난데다, 이들이 붙잡혔다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대는 병력이 밀집한 곳으로 도주하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부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개입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러시아에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했다고 밝힌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도 테러 배후로 IS를 지목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IS를 배후로 지목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3일 이집트 엘아리시 국제공항 기자회견에서 "IS는 테러조직으로 전세계 일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IS를 이번 모스크바 테러 배후로 지목했다. 구테흐스는 국제 공조를 통해 IS와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200만원 약속 받아
러시아 관영 통신사 리아(RIA)노보스티는 소셜미디어에 체포된 용의자의 진술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짧은 동영상에서 용의자는 자신이 30세라면서 범행에 사용한 무기들을 어디에 버렸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자신의 동료들이 알 것이라고 답했다.
리아노보스티는 이번에 체포된 용의자들 모두 러시아어가 '매우 서툴다'면서 용의자 가운데 한명은 "통역을 통해 타지크어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아울러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스스로를 '전도사 보조'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테러 공격을 끝내면 50만루블(약 730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은 뒤에 "나중에 100만루블(약 1460만원)을 더 받기로 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상들 애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각국, 각 국제기구 정상들은 일제히 이번 참사을 애도하고,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IS를 규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IS가 주장하는 테러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면서 "희생자 유족들, 부상자, 그리고 러시아 시민들과 연대"를 나타냈다.
러시아와 앙숙인 폴란드의 도날드 투스크 총리도 폴란드는 "이 무자비한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투스크 총리는 다만 이번 테러를 빌미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확대하거나 전쟁 범위을 넓혀서는 안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번 테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로했다.
미국 역시 앤터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번 테러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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