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촉발 과일 가격 급등...15000억원 재정 투입
외국산 과일 대폭 유입...오렌지·바나나 농가 날벼락
사과 검역장벽도 해체 목소리↑..."국내 구조부터 돌아봐야"
외국산 과일 대폭 유입...오렌지·바나나 농가 날벼락
사과 검역장벽도 해체 목소리↑..."국내 구조부터 돌아봐야"
[파이낸셜뉴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과일 물가 인상을 두고 정부가 '특단 조치'를 단행하는 가운데 오히려 국내 농가가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섭게 오른 사과·배 가격을 잡기 위해 신선과일 전반에 대한 가격 조정이 이뤄지며 도매금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기준 마트에서 보는 과일 소매가격은 2월에 비해 하락세를 그리는 중이다. 바나나는 2월 100g에 330원에서 328원으로 0.7%, 오렌지는 10개에 1만7662원에서 1만6759원으로 5.1% 각각 하락했다.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꼽히던 사과마저 2월 2만8006원에서 현재 2만7930으로 0.3% 소폭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과일류가 촉발한 물가 인상에 대처하기 위해 투입한 1500억원의 긴급 가격안정자금이 점차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도매 단계부터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재정이 대거 투입됐고, 마트와 정부가 합심해 할인폭을 늘리고 있다.
특히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도로 당장 수입이 가능한 오렌지·바나나 등 대체 과일은 직수입 물량을 늘려 즉시 시장에 투입하는 중이다. 기존 수입과일에 적용하던 할당관세도 대상 품목과 한도를 추가로 늘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할당관세 물량에 더해 직수입 물량까지 시장에 풀리면 소매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할당관세 적용 기한이 올 6월 말까지인데, 이에 맞춰 직수입 물량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난히 상승폭이 높은 사과의 경우 그간 막아뒀던 검역 장벽의 해체도 계속해서 도마에 오르는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간 8단계 검역절차 가운데 5단계 아래서 멈춰있는 협상을 재개하는 한편 독일 등 신규 수입 국가와의 협상도 추진하고 있다. 통상 8년 이상이 소요되는 과정이지만 최근 물가 인상폭이 두드러지며 각계에서 수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서다.
장바구니 물가로 인한 부담은 다소 줄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농가의 시름은 오히려 깊어지는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일 가격 하락으로) 농가가 일정 부분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사과생산자협회 등 일부 단체들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근본적 대책없이 당장 가격을 잡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수입과일을 들여오는 것은 근시안적 정책"이라며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수입농산물 철폐 전국농민대표자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검역 장벽 철폐를 거론하는 사과 뿐 아니라 당장 수입 물량이 늘어나는 대체과일 농가의 피해도 증가할 전망이 높다. 대표적인 국내 농가 보호조치인 관세도 지난 1월 도입한 할당관세가 현재 '제로관세'까지 후퇴한 상태로 상반기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6~7월 아오리 사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사과 가격을 두고 과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번 가격 폭등이 지난해 냉해 등 생산 기반의 문제가 원인이었던 만큼, 가격 안정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힘을 실었어야 한다는 반발이다. 올해 농식품부 예산 가운데 '생산기반정비'에 편성한 금액은 19억3159만원, '농가경영안정' 가운데 재해대책비는 2억8000만원 수준이다. 긴급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검역장벽 등 국내 농가 보호조치를 위해 무작정 수입을 막기만 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내 농가의 경쟁력을 높여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산 과일 가격을 높이는 유통구조에 대해서도 정부의 총괄적인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각 지역 물류창고에서 세부 품목별 유통량을 한 눈에 파악하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라며 "전체 유통량 뿐 아니라 품목별 유통 추적이 가능해진다면 정부 비축 등 국내 수급안정을 위한 선택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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