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윤효정 안태현 기자 =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프리랜서 선언', 더 많은 기회를 가져보고 싶었죠."
'프리' 신참이다. 조정식은 지난해 6월 SBS를 퇴사했다. 2012년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SBS 보낸 방송 인생 1막을 마무리했다. '각' 잡힌 아나운서의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던 11년이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아 오랜 시간 '식디'로서 라디 청취자와 소통한 것을 기본으로, SBS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을 무대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랩 하는 아나운서'로 주목받기도 했다. 예능 교양 라디오 스포츠를 두루 거쳐왔던 그는 또 한 번의 큰 도전을 맞이했다. 이유는 하나, 더 다양한 방송을 해보고 싶기 때문. '모 아니면 도'였다는 그는 프리랜서 선언의 결과에 대해 '걸'이라고 자평하며 웃기도. 조정식은 낯설지만 새로움을 안기는 '프리랜서'의 길을 파도에 비유하면서 파도가 이끄는 대로 가보겠다고 했다.
[아나:바다]는 두 번째 주인공으로 조정식을 만났다.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8개월이 지났다. 돌아보면 어떤가.
▶진짜 뭐 한 것도 없는데 8개월이 지났더라.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생각을 좀 했었는데, 일단 (주변에서)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후회하냐?'였다. 후회할 것 같으니까 물어보는 거다.(웃음) 그런데 진짜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회사에 있을 때는 제가 하고 싶은 게 되게 많았다. 그래서 외부에서 실제로 제안도 많이 왔었다. 내가 어떻게 방송을 하는 게 좋을지 퇴사 전에 2~3년은 쭉 고민을 했다. (프리 선언 후에는) 그런 고민을 안 해도 되는 게 너무 좋다.
-프리랜서 선언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저희 엄마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반대했고 아빠는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찬성했다.(웃음) 선배 세대는 방송사에 소속됐을 때 이미 이름을 다 알린 후 프리 선언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의미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저 스스로 판단했을 때도 저는 이름을 다 알리고 나온 건 아니다. 생존을 위해서 나온 거다. SBS에 계속 있으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더라. 정년까지 일하는 걸 원하면 SBS에 있는 게 맞지만 더 재미있고 많은 기회를 가져보고 싶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그렇다면 모와 도중에 어떤 상황이라고 생각하나.
▶개나 걸이 아닐까?(웃음)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는데 개나 걸, 잘해도 윷 정도인 것 같다. (웃음) 생각해 보면 걸 정도로 지금 생활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프리 선언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갈렸다. 저는 잘 돼서 나온 게 아니라 더 알리기 위한 도전을 한 거다. 예전에는 아나운서를 전국민이 다 알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후배들하고도 지금은 아나운서도 '하트시그널' 같은 프로그램을 나가야 하는 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정말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다.
-언제 퇴사 전후의 변화를 언제 느끼고 있나.
▶(금전적으로는) 퇴사 후 3~4달은 계속 생활을 이전의 월급 기준으로 지출을 했다. 지금은 프리랜서의 잔잔한 파도에 적응을 좀 한 느낌이다. 퇴사를 했던 초반만큼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직장에 다닐 때는 휴일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퇴사를 하니까 일을 안 하는 날이 괴롭더라.(웃음) 휴일이 아니라 일 없는 날이 된 거다. 그때 '퇴사'를 실감한다.
-프리랜서 선언 전에 생각했던 모습과 많이 달랐나.
▶당연히 차이는 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스케줄이 많았다가 적었다가 들쑥날쑥한다. (프리 선언을 하면) 정말 일이 많거나, 아예 일이 없거나 아닐까 싶었다. 그 극단을 대비하려고 6개월 정도는 대비를 했다. 그런데 결국 (나와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니더라. 생활 자체는 퇴사하기 전과 되게 비슷하다. 일단 라디오 방송을 하게 되면서 삶의 루틴이 직장 다니던 때처럼 생기고 거기에 유튜브 아니면 새로운 프로그램, 행사에 들어가는 게 SBS에 있었을 때와 생활이 되게 비슷하다. 울타리가 다를 뿐인 것 같다.
-아침 라디오(KBS 쿨 FM '조정식의 FM대행진')를 다시 맡게 된 것도 본인에게는 큰 의미가 아닌가. SBS에 있을 때는 경쟁사의 방송이었던 프로그램에서 DJ를 맡게 돼서 기분도 좀 남달랐을 텐데.
▶저는 라디오를 너무 좋아했고, 퇴사 후에도 라디오를 좀 더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여러 상황상 더 하지는 못했다. 저는 라디오를 좋아했고 잘 한다고 생각해서 SBS가 더 나를 붙잡아주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퇴사 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라디오를 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SBS에서도 수당은 따로 받았지만 (프리 선언 후에는) 이전 라디오 출연료보다 50배 이상 더 받으면서 하고 있다. 저는 라디오가 너무 좋다. '1박2일'을 보면서 자란 사람인데 '1박2일' 오프닝 장소를 통해서 매일 출근한다. 여의도가 주는 느낌이 있다.(웃음) 제가 방송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MBC도 여의도에 있었다. 그러니까 '방송국은 여의도'라고 인식을 했던 세대의 마지막이어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서울방송(SBS)에 다니다가 한국방송공사(KBS)에 다니니는데 옛날 친정이랑 경쟁한다는 게 느낌이 묘하다.
<【아나:바다】 조정식 편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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