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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엔비디아 연봉 3억 vs 의사평균 4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5 18:36

수정 2024.03.25 18:36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이 역사적 대국을 한 지 8년이 지나간다. 2016년 3월 9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국에서 186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인공지능이 이렇게 빨리 인간의 생활과 사업과 창작 영역에 들어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곧 인간의 총체적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이 온다.
이 역사적 전환점, 즉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는 저서에서 그 시기를 2045년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더 빨리 올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 지난 30년에 비하면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여러 전망이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노동시간의 감소, 여가시간의 증가이다. 사람들은 남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미래에 유망한 직업은 화이트칼라, 그레이칼라, 블루칼라가 아니라 레드칼라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 큰 숙제로 떨어지는데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직종을 상징하는 레드칼라가 유망하다는 얘기이다.

남는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교를 찾고 정신상담을 필요로 한다. 가톨릭 사제들의 복장을 따서 블랙칼라가 미래의 안정적인 직업으로 거론된다. 요즘 다른 대학원은 학생들을 구하기 어려운데 심리상담 대학원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사상 유례없는 초저출산 현상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지구의 온난화와 인공지능의 습격에 대비한 집단지성의 결과라고 한다. 일자리가 줄어들테니 인구 다이어트로 대응한다는 설명인데 그 과정은 고통스럽다. 왜냐하면 한 해 30만명도 태어나지 않는 사회에서 초고령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과도기적인 숙제가 버겁기 때문이다.

고령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육성이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한 해 5000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의사들의 진료과목별 최고 평균 연봉이 4억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사 집단이 '악마화'되기까지 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인공지능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에 나서는데 대한민국은 의료인력 양성에 나서는 것으로 비교되기도 한다.

전국에서 5000등까지 의대를 가버리면 이공계는 완전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의사가 미래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인공지능 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직원 절반 이상이 연봉 22만8000달러를 받는다. 의사 연봉 4억과 반도체 전문인력 평균 연봉 3억인 두 나라 중에 어디가 미래 경쟁력이 있을까?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의사가 늘어나면 시장 원리상 의사들의 연봉은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이공계로 다시 고급 두뇌가 시선을 돌릴지 모른다. 그것이 이공계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국가 간 경쟁의 속도로 볼 때는 10년의 공백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완전히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획기적이고 과감한 이공계 고급두뇌 유치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 의사들이 반드시 진료를 하고 개업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헬스케어 바이오산업이 미래의 경쟁력이자 중요한 의료인프라다. 백명, 천명의 의사들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따라서 의대생들이 의공학, 의과학으로 진출하게 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박정희 시대에 중화학공업, 김대중 시대에 IT 육성 정책으로 우리가 혁신 성장을 이끌었듯이 인공지능과 초고령화의 의료 수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을 해야 한다.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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