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권다툼 치열해질수록
자국에 유리한 경제·외교 위해
다른나라 선거 개입 의혹 잦아져
"중국, 한국 총선에 위협 될수도"
국내외 언론·정치가들 잇단 경고
"위장 언론사 수십개 운영" 주장도
美·캐나다·대만서도 '개입설' 나와
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해외발(發) '외풍(外風)' 개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체 확인은 어렵지만, 그동안 각종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특정 국가가 상대국 국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불순한 시도를 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말 캐나다에선 중국에 비판적인 특정 정치인 등을 비방하는 가짜·허위뉴스가 유포돼 현지 여론이 들썩인 적이 있다. 이처럼 타 국가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 중 하나는 자국에 유리한 안보 정세를 형성하거나 적대적 관계에 있는 상대 국가들의 외교적 틈을 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한다. 특히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와 안보를 둘러싼 우호세력 간 충돌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만일 불순한 외부세력들의 국내 선거 개입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정체성까지 흔들릴 수 있는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국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외부 변수를 짚어보고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자국에 유리한 경제·외교 위해
다른나라 선거 개입 의혹 잦아져
"중국, 한국 총선에 위협 될수도"
국내외 언론·정치가들 잇단 경고
"위장 언론사 수십개 운영" 주장도
美·캐나다·대만서도 '개입설' 나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은밀한 정보 작전이 한국 선거에 위협이 될 수 있다."(미국 헤리티지재단)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은 이미 진행 중이다."(케리 거샤넥 대만 국립정치대 방문교수)
"한국 언론사로 위장한 중국 사이트가 38개에 달한다. 친중, 반미 내용이 대부분이다."(한국 국가정보원)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해외 세력 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이 세계 주요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국내 총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캐나다 선거와 올해 대만 선거에, 러시아는 유럽연합(EU)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대비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내에 중국의 '위장 언론사'가 운영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헤리티지재단 "중국의 총선 개입" 경고
25일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4·10 총선에 대한 해외 조직의 개입에 대한 우려는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보다는 정황상의 주장일 수 있지만 미리 대비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중국이 한국 총선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동북아시아 전문연구원은 지난 2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은밀한 정보 작전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이익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반드시 막아야 하며 미국은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링너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국영 언론들은 외국 매체들과 제휴해 친중국적인 내용을 선전하려 했으나 한계를 느낀 후 대신 은밀한 작전을 강화해왔다. 중국이 거짓 정보를 퍼뜨려 현지 주류 언론들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정치적 갈등을 고조시켜 왔으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유도했다는 게 클링너의 주장이다.
클링너는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 대만을 주목표로 삼았으나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들에 대한 공세도 늘려왔다"면서 "특히 2022년 보수 성향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한미일 3개국 안보 공조를 강화시키자 한국을 분열시키려는 중국은 더 다급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의도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는 여론과 정부정책·선거결과가 중국에 유리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며 미국이 한국과 더 긴밀히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 방법으로는 정부뿐만 아니라 양국의 IT기업들이 공동으로 중국발 악성 내용들을 저지할 것도 제안했다.
클링너는 "중국이 한국의 여론과 정책을 유리하게 조장하기 위해 거짓정보를 확산시키고 공자학원과 비밀 경찰서를 이미 동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한국의 보수와 진영 간 갈등, 반미와 반일 감정 증폭,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진행 중?" 국내 위장 언론사 운영
중국에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국내에서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우려도 잇따랐다.
캐나다 토론토대 디지털감시단체인 시티즌랩은 지난 2월 "중국에서 운영되는 최소 123개 웹사이트 네트워크가 유럽, 아시아 등 30개 국가에서 현지 뉴스처럼 위장하여 상업용 보도자료와 함께 중국을 옹호하기 위한 정보와 허위조작 정보 등 가짜뉴스, 비난 등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네트워크의 하나인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하이마이 등의 경우, 한국에서 18개의 위장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중국의 정체불명 웹사이트 업체가 친중·반미 여론 조작 기사를 확산시켜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언론홍보업체를 가장한 기관들이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뉴스 사이트 38개를 개설해 미국을 비난하고 중국에 유리한 내용의 콘텐츠를 국내에 유포, 확산시켜 왔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중국 언론홍보업체 하이마이와 하이준은 언론사명 및 도메인을 한국 내 지방 언론사와 유사하게 제작해 위장해 왔다. 국내 언론사 기사를 무단 게재하면서 한국 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인 것처럼 사칭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대만·캐나다 등에도 개입 가능성 제기
대만은 올해 초 진행한 '2024 대만 정부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와 관련해 대만 당국이 중국의 선거개입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단기 체류로 선거를 보도하려는 중국 본토 출신 기자에 대해 보도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그 영향으로 중국 여권을 소유한 언론인은 대만 단기 방문 및 선거에 대한 관찰은 가능했지만 관련 보도는 할 수 없었다. 이에 앞서 대만 국가안전국(NSB)은 중국이 대만 여론조사기관에 자금을 지원, 총통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은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언론 글로벌뉴스는 지난 2022년 토론토 중국 총영사관이 중국 공산당을 대행하는 단체에 자금을 제공해 중국에 유리한 캐나다 보수당과 자유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보안정보서비스국(CSIS)에 따르면 중국이 일부 의원들의 사무소까지 침투해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이익에 상반이 되는 캐나다 정치인들에 대한 공세를 늘렸다. CSIS는 지난해 3월에는 중국의 총선 개입과 관련, 캐나다 국가 안보에 '최대의 전략적 위협'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 5월에는 자국 정치인 사찰을 이유로 중국 외교관을 추방한 바 있다.
호주도 중국의 선거 개입이 정치 쟁점이 돼 왔다. 안보정보원(ASIO)은 지난 2017년 호주 정치인들에게 "중국계 기업인들로부터 정치기부금을 받지 말라"며 "중국 공산당이 호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미국도 中 정치개입 우려
중국의 정치 개입은 미국에서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NN은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 12일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이 틱톡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틱톡의 공작을 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레이를 비롯한 미국 관리들은 중국 정부가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에 압력을 넣어 알고리즘을 미국 유권자들을 겨냥하는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 국장은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을 중국 정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DNI는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를 내고 중국 정부 선전기관이 운영하는 틱톡 계정이 지난 2022년 미국 중간선거 기간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으나 미국 내 인기가 많은 데다 선거가 열리는 올해 상하 양원에서 통과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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