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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상생금융 약속 5대은행 '씬파일러' 대출 2000억원대...가계대출 0.04% 불과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7 15:19

수정 2024.03.27 15:19

사회초년생·주부 등 금융거래이력 부족 씬파일러 신용대출
작년 9월 말 2893억원...전체 가계대출 0.04%
금리인상기 씬파일러 대출 더 줄여
950만명 씬파일러 신용점수 700점대
은행 신용대출 차주 평균 신용점수 900점대
'비 올 때 우산 뺏나' 비판
銀 "건전성 관리+타 대출로 대환 결과"
지난 4일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의 모습. 2024.03.04. 뉴시스.
지난 4일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의 모습. 2024.03.04. 뉴시스.

5대 시중은행 2020년~2023년 씬파일러 대출잔액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합계
2020년 12월 6.87억원*(‘21.01 기준) 1458.78억원 316.80억원 270.42억원 819.96억원 2872.83억원
2021년 12월 96.86억원 1026.11억원 699.60억원 356.40억원 1490.96억원 3669.93억원
2022년 12월 134.04억원 475.94억원 479.58억원 329.74억원 1382.89억원 2802.19억원
2023년 9월 166.26억원 444.36억원 484.37억원 452.83억원 1345.46억원 2893.28억원
(출처: 박재호 의원실, 금융감독원 및 각 사.)
[파이낸셜뉴스] 5대 시중은행이 금융거래 이력이 적은 '씬파일러(thin-filer)' 대상 대출을 지난 2년 동안 축소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씬파일러 대출잔액은 2893억원으로 당시 5대 은행 가계대출잔액(682조3294원)의 0.04%에 불과했다. 민생·상생금융을 내세운 은행들이 고신용 차주들을 위주로 대출을 내주고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면서 정작 중·저신용자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씬파일러 대출금액·차주 일제히 감소

26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씬파일러 대출잔액은 약 2893억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의 0.04% 수준이다.


특히 가계대출 증가세를 고려하면 사실상 은행들의 씬파일러 대출은 줄었다. 실제 지난 2021년 말을 기점으로 씬파일러 대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3669억9300만원까지 늘었던 씬파일러 대출은 지난 2022년 말 2802억1900만원으로 867억7400만원 감소했고 2022년 말부터 지난해 9월까지는 91억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4분기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를 고려할 때 씬파일러 대출 증가폭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사회초년생·주부 등 씬파일러에 대한 대출 취급금액이 가장 컸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9월말 씬파일러 대출잔액은 1345억4600만원으로 지난 2020년말(819억9600만원)에 비해 525억5000만원 늘었다. 농협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씬파일러 차주 수는 같은 기간 2만6430명에서 5만6042명으로 3만명 가까이 늘었다.

반면 신한·하나은행의 씬파일러 대출잔액은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감소했다. 2020년말 1458억7800만원이었던 신한은행 씬파일러 대출잔액은 지난해 9월말 444억3600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 신한은행의 연간 신규 씬파일러 차주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신한은행에서 새로 대출을 받은 씬파일러는 2020년 1만1972명으로 1만명을 넘겼지만 2022년 3020명, 2023년에는 2511명만 신한은행 신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2020년말 316억8000만원, 2021년말 699억600만원으로 대폭 늘었다가 2022년말 479억5800만원으로 급감했다. 하나은행의 씬파일러 차주수는 2020년말 1940명에서 2021년말 4393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9월말에는 3057명으로 감소했다.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은 씬파일러 대출잔액 자체가 타 은행에 비해 적었다. 지난해 9월말 국민은행 씬파일러 대출잔액은 166억2600만원으로 농협은행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출잔액이 400억원대인 신한·하나·우리은행에 비해서도 4분의 1 수준이다. 한 달에 국민은행에서 새로 대출을 일으킨 씬파일러는 30~80명에 불과했다. 2023년 9월에는 56명이, 1년 전에는 41명의 금융거래 이력 부족 차주가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씬파일러 대출잔액은 늘었지만 차주 수는 줄었다. 우리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씬파일러는 2020년말 1만6516명에서 2021년말 1만4761명, 지난해 9월에는 1만468명까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상생금융 약속 외면‥문턱 높은 시중은행

이에 은행들이 '민생·상생금융'을 내걸고 정작 금융소외계층에게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KCB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씬파일러는 총 121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 전체의 4분의 1이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라는 의미다.

문제는 은행들의 신용대출 문턱이 '900점대'로 높아져 씬파일러는 1금융권에 진입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5대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07~948점 사이에 분포했다. 신한은행 신용대출 차주 평균 신용점수가 907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고, 국민은행이 948점으로 제일 높았다.
KCB 자료에 따르면 1210만명 중 950만명은 700점대의 중저신용자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은행에서는 대출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는 데다, 씬파일러 특성상 금융거래 이력이 생기면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씬파일러 대출은 재직기간이 6개월 미만인 사회 초년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씬파일러 대출을 이용하다가 재직기간이 6개월을 넘어서는 경우 한도나 금리가 유리한 일반 직장인 대출로 갈아타기 때문에 잔액이 꾸준히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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