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의사 떠난 병원…남은 사람들 피해 가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8 15:44

수정 2024.03.28 15:44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면서 진료 축소 등 의료 공백이 가속화되고 있다. 남은 의료진들은 누적된 피로를 호소하고 있으며 환자들은 집단행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갈수록 커지는 의료 공백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지난 25일 오후 각 의대 교수협의회에 '주 52시간 근무 가이드라인'을 발송하고 각 교수협은 이를 교수들에게 배포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료를 축소하기로 했다.

전의교협은 "의료사태가 발생한 지 6주가 지난 현재 의료진은 과중한 진료업무로 피로도가 증가해 소진 상태에 이르렀다"며 "의료진의 피로를 줄여 ‘응급환자·중환자에 대한 적절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법정 근로시간 및 연장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공문을 각 전공의 수련병원장에게 발송했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는 상황에서 병원을 지키던 교수들까지 근무 축소에 나서자 의료 시스템 곳곳에서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들은 전공의 이탈의 장기화로 병원마다 하루 10억원이 넘는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병동 통폐합과 응급실 축소 등에 잇따라 나선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환자 안전과 인력 운용 효율화를 위해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암병원 별관 일부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서울아산병원도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고, 서울성모병원도 일반병동 19개 중 2개 병동을 비웠다. 세브란스병원도 75개 병동 중 6개 병동을 3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겨진 환자의 '불안'
이처럼 병원이 비상체제로 운영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 의사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인 것.

지난 6일에는 부산시 지정 한 공공병원에서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90대 할머니가 지역 대학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으나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에 울산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까운 대학병원을 두고 10㎞가량 더 먼 병원으로 옮겨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가족들은 처음 시술을 거부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보건복지부에 피해 신고를 했다. 복지부로부터 신고를 넘겨받은 해운대보건소는 대학병원을 상대로 서면 조사 등을 했다.

이에 환자들은 의사들이 조속한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며 "의료계와 정부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 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돼야 이 비상식적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전히 병원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 "아무런 교육·훈련도 돼있지 않은 일반 간호사들이 하루아침에 진료보조(PA) 간호사가 돼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지금 하지 않으면 병원 망한다'는 압박 아래 불법의료행위인 줄 알면서도 반강제적으로 의사 업무를 떠맡고 있다"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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