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제림성형외과가 위치한 압구정역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지나다닌다. 지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머리 스타일만 보아도 어떤 직업 혹은 어떤 직종의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바짝 짧은 머리를 한 군인이나 단정한 쪽 머리를 한 스튜어디스 등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핑크색 염색머리나 드레드록스 등 직종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모발은 체온 조절, 두피보호, 뇌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 등 본연의 생리적 기능과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모발의 생리적 기능에는 뇌의 충격 완화가 대표적이다. 뇌는 작은 충격에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어 단단한 뼈인 두개골로 감싸져 있다. 두개골은 두피 조직이 덮여 있고, 두피에는 10만여개의 모발이 촘촘하게 조성돼 있다. 모발은 두개골 및 두피와 함께 뇌에 가해지는 충격의 완화를 담당한다.
체온조절도 모발의 기능이다. 여름에는 강한 태양과 자외선으로부터 두피를 보호하고, 겨울에는 눈보라와 추위로부터 두피를 보호해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모발이 탈락된 대머리는 겨울에는 많이 춥고, 여름에는 심하게 더울 수밖에 없다.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특성상 햇빛에 정면으로 노출된 정수리 보호 효과도 있다. 땀이 아래로 흘러 눈에 들어가는 것도 막아준다.
먼저 사회적 기능 측면을 살펴보면 외모 경쟁력 및 자신감과 연관 지을 수 있다. 머리카락이 빠지면 제 나이보다 많아 보인다. 얼굴의 균형미도 떨어진다. 외모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입사 면접, 연애 등 사회생활에서 불리한 요소가 된다. 상대적으로 모발이 풍성하면 외모가 돋보인다. 자신감 상승으로 탈모인에 비해 적극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성적 매력도 올라간다. 머리카락과 섹슈얼리티 사이의 관계는 많은 문화권에서 나타난다.
미얀마에서는 결혼 전의 여성은 머리카락을 짧게 했고, 기혼 여성은 머리를 길게 길렀다. 남녀를 불문하고 윤기 나고, 청결하고, 건강한 모발의 이성에게 성적 흥미도가 높아지는 편이다.
산업적으로는 가발과 실의 재료가 된다. 가발은 인체의 모발을 코팅해 제작하고, 전통시대에서는 단단한 모발로 밧줄을 만들기도 했다. 상처를 꿰매는 실로도 이용했다. 지혈 도구가 없을 때 머리카락으로 묶으면 응급조치가 가능하다. 실제로 신라는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이 보급품으로 머리카락을 소지했다.
문화적으로는 개성 표현이 주요 기능이다. 머리카락 유형은 천태만상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개성에 따라 갖가지 디자인을 적극 연출한다. 스킨헤드족도 있고, 가발을 착용하는 사람도 있다. 헤어스타일 변화로 색다른 개성을 과시하는 부류도 있다. 장발, 단발, 숏커트, 볼륨 펌, 모즈 펌, 바디 펌, 히피 펌, 붙임머리 등 여러 가지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머리카락은 효도를 상징했다. 전통시대에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관념이 강했다. 부모의 피와 땀으로 형성된 모발을 존엄과 긍지의 상징으로 여겼다. 혼례 후에 상투를 틀거나 쪽진 머리를 하는 관습, 부모를 여의면 머리를 풀어 애도와 근신을 표하는 문화가 모두 효도와 관련 있다.
종교적 기능도 있다. 승려는 세속과의 인연을 끊고 성적인 절제의 삶을 산다는 의미로 머리카락을 밀었다. 인도의 스리 벤카테스와라 신전에서는 머리카락 희생제의를 올린다. 머리카락을 자름으로써 인간의 허영심을 날린다는 의미가 있다. 모발 희생제의에는 매년 1천만 명의 신자가 참여한다. 파푸아 뉴기니의 트로브리안드 군도에서는 장례식 때 산 사람들이 애도의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삭발한다. 함께 한 사람을 잃었다는 마음의 상실감이 모발 제거로 나타난 것이다.
생리의학적인 모발의 기능은 시대에 따라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등 여러가지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발에 대한 의미는 앞으로도 MZ세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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