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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리퀴드폴리탄에 대한 제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7 18:14

수정 2024.03.27 18:14

이소영 동화작가
이소영 동화작가
지난 주말 강남역에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걷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거주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모여든 사람들을 고려한 문제 발생의 대비책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조사 시점에 개인이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현주인구를 집계한 데이터를 생활인구라고 한다. 이는 서울시가 2018년 3월 KT와 합동으로 인구 추계를 한 새로운 인구 모델이라고 한다. 서울의 생활인구는 서울에 거주하거나 출퇴근·관광·의료·등하교 등의 목적으로 서울을 찾는 인구를 지칭하며, 서울에 여행 온 외국인, 타 지역 주민이지만 서울의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서울에 있는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온 타 지역 시민 등도 모두 포함한다.


2023년 12월 기준 서울의 주민등록인구는 963만9000명인데 생활인구는 1083만5000명으로 119만6000명의 차이가 있었으며, 이는 10%를 넘는 수준이다. 서울은 정주인구보다 생활인구의 중요성이 커지는 유연한 도시인 리퀴드폴리탄(Liquidpolitan)이라고 할 수 있다.

리퀴드폴리탄은 지역을 액체처럼 고정되지 않은 유동적인 형태로 바라보는 개념이다. 기존의 중심도시로의 이동이 아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서울이 리퀴드폴리탄인 것은 KTX, SRT 등 지역 간 기동성을 극대화하는 교통의 발달과 국제화, 글로벌 네트워킹이 활발하다는 데 기인하기도 하지만 직업이나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주비용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구감소 시대에 유연한 도시관점인 리퀴드폴리탄은 미래 도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도시가 유동적으로 변화해 간다면 정책도 그에 적합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안정의 측면도 있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발전의 측면도 있어야 한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수혜자인 주민들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그 효과를 실감하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리퀴드폴리탄의 정책은 사람들의 참여와 지역특성 존중이 중요하다.

리퀴드폴리탄은 유연한 구조로 다양한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문화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창의성과 혁신이 촉진되어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이에 반해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집중되지 않기 때문에 분산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 다양한 문화의 충돌, 유동적인 환경에서 교통체증의 불편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리퀴드폴리탄의 유동인구들은 주거지역이 아니어서 정책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생활인구를 대상으로 리퀴드폴리탄의 개념과 지역 발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발적으로 지역 발전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면서 참여자들에게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예산을 확보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으로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의 참여가 지역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 문화·역사·자연환경 등을 활용하여 지역 자부심을 높이고, 자신의 지역을 사랑하고 보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지역 문화 교육 및 이해를 촉진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문화 간의 대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인프라를 개선하여 지역 간 이동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리퀴드폴리탄으로 변해가는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소영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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