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후보들 '용산과 거리두기' 분위기
[파이낸셜뉴스] 4.10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권 심판론이 재차 힘을 받으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으로부터 여당이 자유로워지려면 대통령실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지만 공약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당정 간 시너지를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후보들의 서로 다른 선거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수도권 후보들은 특히 의정 갈등에 있어 대통령실의 유연한 태도를 요구하는 등 일정 부분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TK(대구·경북) 같은 여권의 핵심 텃밭 후보들은 야당을 정조준하면서 대통령실에 힘을 싣고 있다.
30일 여권에 따르면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에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후보들 사이에서 대반전을 위한 유일한 해법은 '당정 분리'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은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장기화가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의사들과의 대립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싸움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굳이 총선을 앞두고 갈등 중재자가 아닌 갈등의 당사자로 비춰질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안철수 성남 분당갑 후보와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 후보가 정부가 제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기를 들며 용산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의정갈등에 있어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 것도 이러한 수도권 후보들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사직서 제출을 강행하자 갈등은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의정 갈등에 있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한 위원장 입장에서도 막막한 실정이다. 현재 의대 증원 자체에 대한 긍정 여론은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추진하는 의대 증원보다 당이 적은 수를 제시할 경우 자칫 국민 편이 아닌 의사 편에 선다는 지적을 마주할 수 있다. 실제 후보들 사이에선 "의정 갈등을 왜 봉합하려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정 갈등으로 얻을 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한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위원장이 의대 증원 규모에 있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험지에 있는 국민의힘 후보들은 급기야 집권여당 프리미엄보다 개인기를 앞세워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색깔론이나 야당 심판론이 통하지 않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정일체를 강조하는 TK 지역과 온도차가 큰 셈이다.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위기론이 불거진 낙동강 벨트에서도 대통령실과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부산 선거대책위원장이자 부산 북갑 후보인 서병수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정부가 민심과 엇나갈 때는 단호하게 바로잡겠다"고 썼다. 또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논란'을 언급하며 "한 단 가격이 875원이라면서 국민께 상실감을 안겨 드린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은 잃지 않되 중도층의 마음도 얻는 것. 애초에 국민의힘이 지난해 말 한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한 건 그가 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여론조사 지표 등을 통해 한 위원장도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여권도 술렁이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자신이 마주한 딜레마를 '운동권 청산'이라는 구호로 우회하려고 했지만 야당발 '정권 심판론'을 덮기에는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최근에서야 꺼낸 저출생 대응책,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국회 세종시 이전 등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한 민생 정책을 장기전으로 끌고 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과 정부 간 시너지를 강조해야 하는 만큼 딜레마를 해소할 돌파구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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