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명인 사칭 투자 리딩방 급증... 처벌 근거 없어 피해만 키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8 18:10

수정 2024.03.28 18:10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범죄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김미경 강사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 강사, 개그우먼 송은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범죄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김미경 강사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 강사, 개그우먼 송은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연합뉴스
온라인상에 연예인, 유튜버, 교수 등을 사칭한 투자리딩방 사기 관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들까지 나서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사와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피해 접수 건수는 2517건, 피해액은 237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만 1000여건, 1100억여원 이상의 신고가 접수돼 피해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신고 되지 않은 피해액이 1조원에 이른다는 법조계 분석도 있다.


특히 유명인을 사칭한 리딩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유명인들은 사진 등을 도용당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들을 응원하는 대중들이 막대한 규모의 2차 피해를 입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칭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처벌이 쉽지 않다. 사칭으로 인해 사기나 명예훼손 등의 2차 피해가 분명히 발생됐을 때만 민형사 대응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유명인의 인지도를 활용해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이들의 사회적 지위나 명예가 실추된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아 규율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관련해 국회에서 사칭 행위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법률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명예훼손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해도 현실적으로 추적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게시자가 해외 인터넷프로토콜(IP)을 사용해 수사 중지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칭 피해를 호소해 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경우도 게시글 작성자들을 고소했지만 최근 검찰로부터 수사 중지 통보를 받았다.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플랫폼에서 광고를 차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정보통신망법 44조2는 플랫폼 업체들이 문제가 되는 정보에 대해 접근을 임시 차단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해당 조항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벌칙 조항이 없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 등 차원에서 플랫폼 업체들이 문제가 되는 게시글을 차단하는 의무 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칭 피해를 호소해 온 유명인들도 플랫폼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플랫폼은 광고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며 "사전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달라"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사이버 공간 자체가 방대해지는 만큼 신뢰를 매개로 한 사기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치안 패러다임을 바꿔 민관이 함께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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