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대북제재 감시망 어떻게 메우나…보완책 고심
푸틴과 김정은 간 빠른 '북·러 불법거래의 나비효과'
유사입장국 간 공조, 대체적 성격의 이행감시 패널 구축
최소한의 기능 유지, 유엔 안보리 제 기능 회복 노력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푸틴과 김정은 간 빠른 '북·러 불법거래의 나비효과'
유사입장국 간 공조, 대체적 성격의 이행감시 패널 구축
최소한의 기능 유지, 유엔 안보리 제 기능 회복 노력 강화해야
안보리가 3월 28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됨으로써 전문가 패널의 임기가 3월 30일부로 종료됐다.
2009년 안보리는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북한에 대해 국제적 규칙 위반의 책임을 물어 법적 구속력있는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대북제재위원회 산하에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을 만들어 대북제재 이행 감시와 이행위반 사례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연 2회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 그런데 매년 연장되던 패널 임기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대북제재는 그대로 있지만 제재가 잘 지켜지는지 국제사회가 파악할 수 있는 감시망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김정은이 푸틴에게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해 준 것에 대한 일종의 보답"이라며 "이러한 선물 교환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러시아와 북한은 윈-윈 구도를 창출해 내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며 "우선 한·미·일과 유럽연합(EU) 등 대북제재 이행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공조를 강화해 감시망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이 보좌하던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계속 존재하는 만큼, 관련 전문가들의 도움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앞서 지난 3월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안보리 내부의 지정학적 대립 심화와 중국·러시아의 제재 협조가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강화된 차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원과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번 한미 TF 출범은 패널 종료 가능성과는 별개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으로 정제유 관련 대북제재 이행을 견인할 하나의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강화된 차단 TF'는 불법 환적 네트워크 등을 통한 북한의 정제유 초과 반입 차단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상의 반입 상한선인 연간 50만 배럴을 뛰어넘는 정제유를 들여오는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에는 북한의 무기 지원 반대급부로 러시아가 정제유와 식량 등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와 중국은 패널 보고서가 사라지면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서방의 문제제기를 '정치적 주장'으로 치부하고 나설 수 있다. 감시망 공백 속에서 북한의 제재위반 활동이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전망된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이번 러시아의 거부권은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당시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푸틴이 김정은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임과 동시에 '북·러의 불법거래의 나비효과'가 빠르게 나타난 셈"이라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먼저 유엔 무력화가 우려된다"며 "유엔 무용론이 대두되면 이는 결국 현장변경세력이 구상하고 있는 자유가 사라진 새로운 질서 창출의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아가 규칙기반 질서가 약화되면서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파워역학이 국제무대를 지배하면서 수많은 전쟁, 분쟁 등의 격렬한 물리적 충돌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가 그 기능을 잃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 만들어 최소한의 수준에서 기능을 유지하면서 유엔 안보리 제 기능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반 센터장은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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