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나 명품 하나쯤은 당연히 있는 세상이 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 일본(210달러)에 앞서며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경기가 안 좋다고 라면 값과 사과 값 등으로 서민이 고통받는다고는 하지만 명품 소비는 꾸준하다. 자산이나 소득이 늘어서 명품 구입이 쉬워졌다면 더없이 좋은 경제현상이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명품은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아이템' 수준이 됐다.
주변에서 명품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구매동기는 "중요한 자리에 한개쯤은 필요해"다. 결혼식장이 대표적이다. 아마도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나 친구들 앞에 명품가방을 들고 나가야만 요즘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얼마 전 결혼식장에 들고 갔던 명품가방을 다시 드레스룸에 넣으며 문득 작년에 몇 번이나 들었는지 생각해봤다. 딱 한 번이었다. 자꾸만 본전 생각이 났다. 딸에게 물려줘야지 생각까지 하는 걸 보니 역시 나에겐 과분한 소비가 맞았다.
최근 식사 자리에서는 "명품을 드는 것은 죄악"이라는 말을 들었다. 상대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모두들 아! 하고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요즘은 티 나지 않는 명품인 '올드머니룩'이 유행이라고 한다. 티 내야 하는 명품이 티 나지 않아야 한다니 모순이긴 하지만 부디 그 유행이 오래가길 바란다. 그사이 더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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