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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올해 설비투자(자본적지출) 규모를 종전 계획보다 상향한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본격적인 개화에 따른 초미세공정 수요 증가에 대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부진 여파로 올해 파운드리 투자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양사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반도체 업계 및 대만 공상시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300억~340억달러로 계획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TSMC가 밝힌 280억~320억달러과 비교해 20억달러가 상향 조정됐다. TSMC의 설비투자 계획에는 2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양산을 위해 현재 건립 중인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 바오산 지역 20팹(공장)과 남부 가오슝 22팹, 서남부 자이현 타이바오 지역의 첨단 패키징 공장 2곳 등에 대한 투자가 포함됐다.
파운드리 업황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에도 TSMC가 설비투자 규모를 늘린 것은 AI 특수 영향이 크다.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중심으로 AI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고객사의 주문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를 포함해 AMD, 브로드컴, 마벨 등 TSMC의 고객사 상당수가 AI 관련 기업들이다. 특히 TSMC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B100'은 엔비디아의 3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실제 TSMC의 3나노 이하 공정은 매출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4·4분기 TSMC 전체 매출에서 3나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기록했다. TSMC가 3나노 매출 비중을 첫 공개한 지난해 3·4분기(6%)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도 올해 반도체 사업에 집행할 투자금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DS) 부문이 유례없는 업황 침체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 차입 및 5조6000억원 규모 배당금 수령, 1조2000억원 규모의 ASML 지분 매각 등 현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빠른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메모리 위주로 투자를 집행하되, 파운드리 사업은 투자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립 중인 파운드리 2공장의 첫 양산 시기를 2025년으로 조정했다. 이는 당초 계획한 2024년보다 약 1년 미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등에 업은 TSMC와 인텔이 파운드리 업황 둔화에도 투자를 과감히 늘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만 투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려운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올해 투자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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