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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n마켓워치] '주춤했던' ESG 채권 발행시장, 다시 날개 다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05:00

수정 2024.04.07 12:38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재판매 및 DB 금지]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ESG 경영 실천 여부에 따라 기업을 대하는 연기금, 은행 등 기관투자자의 온도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ESG 채권, 1년 사이 50조원 증가
3일 KIS자산평가(kis-net)에 따르면 ESG 채권 잔액은 지난 1일 기준 256조1397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올해 1월 초 250조7402억원 대비 5조원 넘게 늘어났다. 기간을 넓혀 지난 2023년 1월 205조933억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1년 3개월 사이 5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국민연금이 전체 자산 50% 이상을 ESG 투자 실천 기업에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여러 연기금, 기관투자자들도 국민연금과 같은 ESG 투자 노선을 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은 채권 및 주식 매수 방침에 ESG 점수를 포함키로 한 바 있다. 이미 글로벌 기관투자자인 블랙록과 뱅가드, JP모건 등이 포트폴리오 구성에 ESG 요소를 주요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ESG 경영은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이 아니라 자금조달, 기업가치평가, 신용평가, 비재무 성과 등 기업 경영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주춤했던 ESG 회사채, 다시 날개
지난 2021년 ESG 회사채는 발행 규모가 20조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그러나 2022년 금리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 회사채 발행 여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회사채 발행뿐만 아니라 ESG 회사채 또한 발행이 크게 위축됐다. 그럼에도 채권 전문가들은 ESG 투자 니즈는 전보다 더 강화했다고 분석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ESG 채권 발행은 주춤했지만) 오히려 ESG에 대한 공시 및 규제 강화 등 제도적인 변화를 통해 ESG채권 투자자뿐만 아니라 강화된 규정에 맞춰 발행에 대한 니즈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발행 기업은 강화된 ESG 투자 가이던스를 가진 투자자의 수요를 끌어 들이기 위해서도 ESG 채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ESG 회사채는 일반 회사채 대비 낮은 발행 스프레드를 통해 낮은 금리로 발행되고 있다"면서 "ESG 회사채의 낮은 발행 스프레드는 투자자들이 일반 회사채 대비 ESG 회사채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발전, 석유화학 및 정유 업종에서 ESG 채권 발행이 많았다는 점도 ESG 요인이 약한 기업일수록 ESG 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자 수요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게다가 ESG 투자를 거부할 경우 유럽연합(EU)에 세금을 내야하는 등 비용이 발생한다. 이렇다보니 전세계의 80% 국가가 넷제로(Net Zero) 참여를 선언했고, 각국에서 어떤 것이 ‘그린’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인 택소노미(Taxonomy)를 발표하고 있다.

이화진 현대차 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ESG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지만 수출비중이 높고 정책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기 때문에 ESG의 규칙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탄소국경세도입으로 관련 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고 배출권 가격을 높여갈 수밖에 없다.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우리기업은 EU에 막대한 세금을 내야한다"고 설명했다.

■반ESG, 기업 리스크로
한편 반(反) ESG는 기업들에 리스크가 되고 있기도 하다. 채권시장에서 ESG 가치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삼척블루파워의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달 말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증권사에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인수·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삼척블루파워에는 상업운전 계획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기후솔루션과 녹색연합 등 24개 시민단체로 구성됐으며, 탈석탄 공동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에 회사채 주관을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기후 위기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기관들은 '반ESG' 리스크로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개미들의 '채권투자' 열풍에 힘입어 자본시장에서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개인에 해당 회사채를 판매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잔액은 9500억원 수준이고, 이 가운데 2500억원이 올해 6월(1000억원)과 9월(1500억원)에 만기를 맞는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300억원에 불과해 해당 회사채를 모두 한꺼번에 갚기는 빠듯한 형편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차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은행권 대출도 녹록지 않다.
은행들도 저마다 ESG 가치 투자를 표방하며 ESG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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