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에 대한 체계적 연구로 유명한 에스핑 안데르센은 복지국가의 유형을 영국과 미국의 주주 모형, 유럽 대륙 국가들의 참여자 모형 그리고 북구 국가들의 사회민주주의 모형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각각의 복지국가 모형은 그와 연계된 혁신모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지모형을 혁신모형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국가의 복지제도는 크게 보아 국민의 기초적인 경제적 삶을 보장하는 공적부조제도, 장수·질병·실업·산재라는 위험을 모든 국민이 함께 대비하는 사회보험제도, 교육·훈련·의료·돌봄·주거·출산지원 등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를 공공이 제공하는 형태의 사회서비스제도로 구성돼 있다.
북구의 사회민주주의 모형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모형으로, 공적부조·사회보험·사회서비스가 균형 있게 자리잡은 형태이다. 실업보험, 교육훈련 제공 등 복지제도의 뒷받침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혁신체제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유럽 대륙의 참여자 모형은 근로자 중심의 복지모형으로, 기본적인 공적부조제도에 덧붙여 연금·건강·실업 등에 대한 사회보험이 발달해 있는 형태이다. 근로자 복지가 중시되므로 장기에 걸친 안정적 노사관계를 가질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장기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혁신체제가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영미의 주주 모형은 사민주의 모형 및 참여자 모형과는 매우 차별성을 보이는 모형으로, 복지모형으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지제도가 발전되어 있지는 못하나 혁신모형으로는, 특히 파괴적 혁신에 있어서는 가장 발달된 모형으로 보인다. 복지제도에 있어서 사회서비스제도가 발전해 있지 못하고, 사회보험도 정부가 아닌 기업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적부조제도만 의료와 기초생활에 있어서 개인소득세수를 재원으로 상당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복지제도 중에서 기업 기반의 확정기여형 연금제도는 주식시장 중심 혁신모형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연금 가입자들은 필수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관리하도록 유도되어, 미국의 연금제도는 미국 주식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세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대주주와 경영자에 대한 강력한 시장규율로 인해 미국 주식시장은 매우 발달하여 전 세계 주식시장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큰 규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대규모의 안정적인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파괴적 혁신이 새로운 기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복지 및 혁신 모형은 공적부조·사회보험·사회서비스가 균형적으로 발전한 복지모형에 국민참여형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모형이 결합되는 형태이다.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 주요 사회보험 도입, 2000년대 초 공적부조제도 마련, 2010년대 이후 순차적인 사회서비스제도 도입을 통해 균형적 복지제도를 성공적으로 마련해 가고 있다. 이러한 복지모형에 주식시장 중심 혁신체제가 결합되기를 기대한다. 적절한 시기에 추진되고 있는 밸류업 정책으로 주주환원 확대, 기업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보호 강화가 이루어지고 납세자의 주식시장 참여를 유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개인형퇴직연금(IRP)·연금저축 등에 대한 조세지원이 확대되어 주식시장을 통한 혁신모형의 기반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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