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영토확장의 역사
1963년 삼양 국내 첫 라면 출시
낯선 식품에 소비자 처음엔 냉담
매콤한 육수분말 별첨후 인기 상승
후발로 농심 '롯데라면' 등 가세
1980년대 다양한 맛·기술 봇물
하얀국물·우동면발·볶음형 등장
21세기 한류타고 K푸드 세계화
짜파구리·불닭볶음면 챌린지 흥행
1963년 삼양 국내 첫 라면 출시
낯선 식품에 소비자 처음엔 냉담
매콤한 육수분말 별첨후 인기 상승
후발로 농심 '롯데라면' 등 가세
1980년대 다양한 맛·기술 봇물
하얀국물·우동면발·볶음형 등장
21세기 한류타고 K푸드 세계화
짜파구리·불닭볶음면 챌린지 흥행
K-라면이 훨훨 날고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9300만달러(약 1254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5년도까지만 해도 2억달러(약 2697억원) 선이었던 라면의 수출액은 한류의 확산과 함께 지난해에는 9억5200만달러(약 1조2838억원)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K-라면이 이토록 성장하기까지의 역사와 그 주역들을 살펴보고 향후 K-라면 산업이 전세계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미래 전략 등을 8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격동의 20세기 초, 전쟁의 포화 속에서 라면은 태어났다. 중국 북방에서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잡아 늘려만든 '라미엔(拉麵)'이 중일전쟁 당시 중국군의 전투시 비상 식량으로 사용되면서 자연스레 일본으로도 전파됐다는 설이 있다. 현재의 인스턴트 라면과 같은 형태는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극심한 식량난을 겪던 일본에서 대만계 일본인인 안도 모모후쿠가 미군이 구호품으로 지급한 밀가루를 활용해 처음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식품 혁명'의 산물 '라면'
이러한 라면이 한국에서 처음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63년 9월 15일. 삼양식품의 창립자 전중윤 회장이 일본의 묘조식품으로부터 제조기술을 전수받아 '삼양라면'을 선보였다. 첫 제품 출시 가격은 10원으로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판매 부진을 겪기도 했다. 지금이야 매우 익숙하지만 당대에는 마치 우주식품을 마주하듯 비닐 봉지에 포장된 낯선 형태의 미래형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맛조차 익숙하지 않았다. 부진한 판매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매콤한 맛을 곁들인 육수 분말스프를 별첨하고 무료 시식회에 나섰다. 이후 정부의 혼·분식 정책과 맞물리면서 라면은 곧 서민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 결과 1969년 한 해동안 국내 인스턴트 라면 판매량은 1500만개를 기록하게 된다. 1970년대 경제고도화 시절을 거치면서 보관과 저장이 용이하고 끓는 물만 있으면 쉽게 조리가 가능하며, 빠르고 가볍게 한 끼를 떼울 수 있는 식품으로 라면은 대중적인 식품으로 안착하게 된다. 삼양이 성공하자 후발주자인 롯데공업(현 농심)은 롯데라면을 출시했고 동방유량 해표라면, 신한제분 대표라면, 풍국제분 해랑라면 등이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았다. 이후 여기에 빙그레, 오뚜기, 팔도 등의 업체들이 가세하면서 국내 라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국내 라면 시장, 맛과 기술력의 각축장이 되다
1970년대 후반 다양한 라면 제조사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는 1980년대 라면 시장의 황금기를 불러오게 된다. 다양한 맛과 기술력을 더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삼양식품이 초창기에 선보인 닭고기 육수 분말스프를 넘어 한국인이 선호하는 소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국물 라면 제품들이 등장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매운 맛을 강조한 신라면,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해 개발된 하얀 국물 라면, 면발을 우동스타일로 굵게 만든 라면과 국물없이 뜨거운 면에 분말스프와 조미유를 첨가하거나 진득한 액상스프로 면을 볶도록 만든 짜장라면, 뜨거운 물에 삶은 면을 찬물에 씻어낸 뒤 매콤새콤한 고추장 소스에 차갑게 비벼먹는 비빔면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제품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언제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붓고 2~3분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는 컵라면들이 등장하면서 인스턴트 라면시장은 더욱더 확장됐다. 이후 한동안 라면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며 안정적인 구도를 보이다가 2010년대 들어 매운 맛을 극대화 한 불닭볶음면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경쟁의 장이 펼쳐졌다.
■완벽한 K-라면, 세계로 나아가다
21세기 들어 세계화가 본격화된 가운데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은 외국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유학생, 이주민들과 관광객들을 통해 세계로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10년 새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이 하나의 채널에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접하면서 K-푸드의 인기도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BTS 등 한국 출신 가수들이 세계 문화시장을 석권하고 이들의 식생활이 전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식으로서의 라면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속에서 등장한'짜파구리'는 인스턴트 라면도 고급 음식의 식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줌으로서 한류 소비층의 다수인 젊은 세대 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외국인들에게도 K-라면 레시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또 동기간 코로나 시즌 '불닭볶음면 챌린지'등이 유튜버들의 콘텐츠 소재로 활용되고 전세계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을 타면서 한국 라면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요새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 제품을 알리는 것에 사활을 걸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다"며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한국 라면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맛을 보던 해외 소비자들 가운데 이제는 제품을 꾸준히 구매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미국과 동남아 등지에 해외 공장을 준설하고 직접 생산에 나서는 업체들도 늘고 있으며 앞으로 한동안 K-라면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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