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 중계 효과로 이용자수 신기록을 달성했다. 티빙은 야구 중계가 처음인 만큼 초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하고 류현진이 복귀한 한화 이글스의 선두 질주도 흥행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4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안드로이드와 iOS의 티빙 앱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는 206만5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티빙이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호주 경기를 생중계한 올해 2월 6일 DAU(202만명)을 넘는 역대 최고치다. 3월 31일 뿐만 아니라 그 전날인 30일도 DAU가 199만명을 찍으면서 지난 주말 티빙의 평균 DAU는 200만명을 돌파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도 690만9000명에 이르렀다.
티빙은 스포츠 경기 외에도 국내 OTT 중 단독으로 스트리밍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1·4분기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고 비슷한 시기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환승연애' 시즌3과 '피라미드 게임'도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최근 야구가 티빙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은 평일 통계에서 드러난다. KBO 정규시즌이 개막한 첫 주말인 지난달 23~24일 티빙의 평균 DAU는 198만9000명에 달했다. 이후 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인 3월 25일에만 DAU가 153만9000명 수준으로 20% 이상 급감했다가 야구 경기가 있는 다른 평일에는 172만~191만7000명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한화 이글스의 이례적인 선두 질주가 화제가 되면서 티빙도 수혜를 보고 있다. 매년 주로 하위권을 맴돌던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에는 초반 8경기에서 7승 1패를 거두면서 리그 선두에 올랐다. 한화가 개막전 포함 8경기에서 7승을 거둔 건 1992년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류현진이 복귀하면서 한화는 단숨에 2024 시즌 KBO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리그 선두를 질주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팀 성적이 좋아지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5년 5개월여만에 야구장을 직접 찾았을 정도다.
티빙은 팬데믹 기간 치솟은 콘텐츠 제작비 부담을 낮추고 팬층이 두꺼운 스포츠 시청자의 신규 유입과 록인(가두기)을 위해 3년간 총 1350억원(연 평균 450억원)에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을 가져온 것이 주효한 분위기다.
16부작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데 200억원 이상을 써도 흥행 가능성이 낮은 데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더라도 2~3달 정도만 지속될 뿐이다. 반면 프로야구는 국내 스포츠 중 팬층이 두터운 편인 데다 봄부터 초겨울까지 리그가 8개월 가량 이어져 구독자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 실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변수는 유료화다. 티빙은 이달까지 프로야구 중계를 무료로 선보이지만 다음달부터는 월 5500원에 유료로 전환한다. 따라서 유료화 뒤에도 이용자들이 꾸준히 유입될지 관건이다. 지난해 약 1420억원의 적자를 낸 티빙이 프로야구 콘텐츠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다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달 CJ ENM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료 구독자 수가 4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500만명 진입도 기대한다면서 올해 하반기 중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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