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교감할 수 있는 미술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전시는 미술작품을 통해 장애인 창작자들과의 교류 가능성을 어떻게 모색할지를 고민하게 돼 '다름'이 아닌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 중인 아르코미술관은 올해 첫 전시 '여기 닿은 노래'를 5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연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광주, 부산, 서울문화재단이 협력해 예술가 및 단체 13명(팀)의 신작 40여점을 선보인다. 광주, 부산,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예술창작센터 출신 작가인 김은설, 김선환, 라움콘, 신수항, 신현채, 유다영, 전동민 등 7명이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전시는 미술관이 위치한 대학로 혜화역과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자주 접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에 전시는 최근 자주 언급되는 장애예술,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등 장애와 비장애를 이분하는 단어 사용 및 작품 설명을 지양한다. 아울러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넘어 개개인의 삶의 속도 및 시간의 다양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인정할 것인지를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전시의 다층적인 맥락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 작가뿐 아니라, 그래픽 디자이너, 안무가 등 비장애인 작가들도 함께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작가들은 다양한 몸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전시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공감각과 접촉을 통해 소통을 유도하는 조각, 설치 등을 포함해 기관의 접근성 매뉴얼을 분석하고 장애인 창작자들과 함께 추는 춤 등 장애인 주체들과 어떻게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할지 등을 고민하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 작품 가운데 김선환 작가의 '무등산'은 자연 풍경, 훈민정음 등을 동판에 새겼다. 이동이 어렵기에 직접 풍경의 단면을 보는 게 쉽지는 않지만, 김 작가는 사진 등의 매체로 접한 풍경들을 화면에 두드리고 새기며 형태를 만들어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바래지는 동판의 특성과 그 물질성은 작가의 손길이 닿았던 순간과 과정을 상상하게 한다.
이기언, 송지은 작가로 구성된 '라움콘'은 '과정의 과정'이라는 작품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기까지의 돌봄과 협력의 과정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담아냈다.
아울러 재활 이후 방대한 양을 창작하는 큐레이터의 드로잉과 텍스트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작업의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는 송지은 작가의 영상과 메모는 협력과 연대, 돌봄의 의미와 그 중요성을 상기하게 해 이번 전시 취지를 잘 보여준다.
유다영 작가의 '미궁으로 빠지는 일'은 이미지를 읽는 방식을 실험했다. 유 작가는 단편소설의 형식으로 쓴 글과 사진을 병치해 마치 이미지와 글을 긴밀히 연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유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의 경험에 따라 이미지와 글의 관계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재하는지, 사진 속 풍경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작품은 사진과 글, 관객의 감각이 묶여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김채린 작가의 '끌어안는 조각'은 작품과 맞닿은 순간의 소리, 빛, 온도 등을 통해 작품이 가진 물성과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자신만의 기억과 경험을 투과해 작품을 감상하게 했다. 개인이 가진 특정 지식이나 신체의 모습과는 무관하게, 작품들은 관객이 지각하고 상상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지역재단들과 협력해 다양한 지역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미술관이 지향하는 협업과 포용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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