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사과 9개에 2만원은 합리적일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18:14

수정 2024.04.04 18:14

노유정 사회부 기자
노유정 사회부 기자
"사과 9개 2만원이 가성비? 가성비의 국어사전 정의라도 바뀐 건가?"

지난 2일 본지의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과 청량리농수산물시장 현장 취재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해당 기사에서는 "사과는 대체로 한 무더기(약 9개)에 2만원 수준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지난달 하순 집계자료 기준 사과 10개당 소매가격이 2만4726원인 데 비해 매우 저렴했다"고 다뤘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기사였다.

그러나 기사에 대한 댓글에는 비판이 많았다.
"서민 과일 대표인데 언제부터 사과 9개 2만원이 싼 거였나"라는 비판이다. 다른 마트에 비해 싼 편인 전통시장 물가마저도 비싸다는 지적이다.

후지 사과 10개의 가격은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기준 이날 2만4825원으로 나타났다. 1개월 전 2만9503원이었던 것에 비해 많이 내린 가격이지만 지난달 특히 사과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사과 가격은 직전 달에 비해 88.2%나 올랐다.

관련 기사가 많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도 안다. '금(金)사과'가 된 이유는 생산량이 급감해서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직전 해 대비 30%나 줄어든 39만4000t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으로도 마음은 납득되지 않는 것이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딴 제목의 뉴스가 쏟아지자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 또한 같은 이유였다. 다만 뉴스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다른 데서 이렇게 싸게 사기는 어렵지 않으냐"고 현장에서 묻기도 했다.

시민들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려면 체감물가를 낮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에 지금까지 미뤄진 공공요금 인상까지 기다리고 있다. 물가가 지속 상승했고 또 추가 상승요인이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 시점에 일부 매장이나 전통시장의 조금은 싼 가격을 강조해도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다.

시민들은 뉴스가 아닌 장바구니에서부터 물가상승 여파를 체감한다.
가격이 오르면 담는 물건을 줄이고 지갑을 닫는다. 정부가 강력하게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시점이다.
두번 세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yesy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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