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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통령-전공의 첫 만남, 사태 해결 물꼬 트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18:14

수정 2024.04.04 18:14

대전협, 전공의 입장 직접 전달
정부 "소통 준비됐다" 손내밀어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오른쪽)이 지난 3월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오른쪽)이 지난 3월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대표 측이 4일 직접 만났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등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 윤 대통령과 증원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비록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일단 사태 해결의 물꼬를 틀 첫 만남이라 의미가 있다고 본다.

만남은 대통령실이 제의해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2일부터 박 회장 등 대전협 측과 회동을 위한 접촉을 시도했다.
박 회장은 비공개로 진행되길 원했고 대통령실도 협조했다. 대통령은 의료계에서 '을 중의 을'로 불리는 전공의들의 애로를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의 고충과 고뇌를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대전협은 "총선 전 한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는데,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전공의들의 이탈이 7주째를 맞으면서 지금 의료 현장은 혼돈 상태다. 환자들의 불안과 국민의 불편은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아직 상당수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지키며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극한의 피로감으로 진료에 차질이 커지고 있다. 사고도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충북 충주에선 넘어진 전신주에 깔린 70대가 병원 3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졌다. 심정지 상태였던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못해 도중에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전공의 비중이 높은 대형병원은 병원 운영에 극심한 차질을 빚고 있다. 무급휴가, 병동 통폐합 등 비상경영에도 적자 폭이 커져 존폐 위기를 걱정할 정도라고 한다. 전공의 비중이 40% 안팎에 이르는 서울 '빅5' 병원은 지난달부터 하루 10억~3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2일엔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마저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인턴 임용대상자의 96%는 등록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전공의들의 대규모 면허정지, 의대생 대량 유급 등 최악의 상황도 피할 길이 없다.

누구에게도 득 될 게 없는 의료사태는 하루빨리 봉합돼야 한다. 대통령과 전공의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어떤 식으로든 합의점에 도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증원 규모를 포함해 모든 사안이 재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2000명 증원계획도 수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의료계는 정부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전공의 처우와 관련한 획기적 아이디어를 의료계가 직접 제시하면 된다. 정부의 필수·지역 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개선책도 마찬가지다. 의료계가 원하는 사법 리스크 경감안도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

정부는 지금 연일 낮은 자세로 의료계에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조건과 형식의 구애 없이 소통할 준비가 돼있으니 정부를 믿고 대화의 자리로 나와달라"는 제안을 의료계가 뿌리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도 여전히 강경투쟁을 고집하는 의료계의 태도는 옳지 않다.

대통령의 대화에 긍정적이었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대화 제안 당사자였던 홍보위원장은 부담감에 전격 사퇴했다.
'대화=굴복'이라는 생각으론 사태를 풀 수 없다. 증원 전면 백지화도 대화의 조건이 될 수 없다.
모두 열린 마음으로 손을 맞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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