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BM 주도권 잡아라"… 반도체 패키징 경쟁 불붙었다 [반도체 공급망 '지각변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18:22

수정 2024.04.04 18:22

삼성전자·TSMC도 기술에 사활
SK하이닉스·TSMC·엔비디아
AI 반도체 삼각편대 강화 전략
"HBM 주도권 잡아라"… 반도체 패키징 경쟁 불붙었다 [반도체 공급망 '지각변동']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를 위한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의 '패키징 경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와 '패키징 턴키(일괄) 서비스'가 가능한 삼성전자도 각각 후공정인 패키징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보조금 규모와 지급 시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BM 공급 확대 키는 '패키징'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어드밴스드 패키징 시장은 2023년 304억달러(약 40조9640억원)에서 2027년 416억달러(약 56조56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짓는 건 HBM 공급 확대 일환이다.
경기 이천 팹에서 HBM 패키징을 진행하는 SK하이닉스는 최근 수요 급증에 따른 생산라인 확충이 최우선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이미 충북 청주 M15 공장에 생산라인 확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패키징 공장 건설로 'SK하이닉스-TSMC-엔비디아'의 AI반도체 삼각편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접근성을 무기로 엔비디아를 비롯, AI반도체 수요가 높은 미국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올해 전체 투자액의 10%가량을 패키징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강욱 SK하이닉스 P&T(패키징&테스트)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외신과 인터뷰에서 "최첨단 패키징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올해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올해 투자예상액(약 13조~14조원)의 10%가량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로 부지를 확정했지만 연내 착공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2028년 하반기 양산 목표를 공개했지만 착공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며 "착공까지 인디애나주의 공사 승인과 여러 협의가 필요한 만큼 내년께 착공이 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삼성-TSMC도 패키징 각자도생

미국 내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외에도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선단 패키징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패키징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대만 TSMC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라는 독자기술을 활용, 그래픽처리장치(GPU) 패키징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도 CoWoS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최근 TSMC는 글로벌 GPU 수요 확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등 병목현상이 일어나면서 대만 내 패키징 공장 5곳 외에 추가 공장 신설에 나섰다.

HBM 역전을 노리는 삼성전자도 패키징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 말 출범한 패키징 전담조직인 어드밴스드패키징(AVP)팀은 AI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2.5차원(D) 패키징, 3D 패키징 등 첨단 패키징 개발·양산·테스트·출하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역량이 집약된 '패키징 턴키(일괄) 서비스'를 무기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다른 반도체를 수직 또는 수평으로 연결해 하나의 반도체로 만드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곧 반도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미국 공장 건설로 반도체 업체의 패키징 투자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번 미국 생산기지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정부 등으로부터 6억달러(약 8240억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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