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2000명에 걸려 꽉 막한 '의정갈등'
의료공백 사태 8주차 접어들지만 속수무책
비상진료체계 강화하지만 현장 피로 높아
의료공백 사태 8주차 접어들지만 속수무책
비상진료체계 강화하지만 현장 피로 높아
[파이낸셜뉴스] 의료공백 사태가 8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의정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각계 성원에 힘입어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 양상은 여전하고 강대강 대치 역시 지속된다.
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정갈등은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는 공식화할 수 없지만 현재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처럼 갈등 해결에 근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대 쟁점은 역시 의대 증원 2000명 정책 추진이다. 정부는 지역 및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한편, 고령화 시대에 급증할 의료 수요, 그동안 늘리지 못했던 의대정원 등을 고려하면 2000명 증원은 오히려 적다며 물러서지 않는 정책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갈등 악화 양상에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된다면 증원 폭에 대한 수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주장하는 의대 증원 2000명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안 제시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계도 의대교수나 대한의사협회, 대전협 입장과 갈등 해결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심지어 전공의들이 모인 대전협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이 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만난 것을 두고 전공의들 사이에서 중지를 모으지 않고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박 위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성명서까지 나왔다.
이번 사태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1만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촉발했고, 전공의들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의대 증원 2000명 정책 철회를 요구한 만큼 이 부분에서 정부와 전공의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의정갈등이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지 8주차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전공의가 이탈한 현장에 투입하는 한편,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경증 환자 전원에 지원금을 주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진료보조(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는 등 의료 현장에 걸리는 과부하를 막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 속에 남은 의료진들에 과중한 업무가 몰리면서 이들의 피로도 역시 높아지고, 일부 의료진들은 진료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충북대병원 의대교수들은 지난 5일부터 전공의 이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외래 진료를 축소했다. 이 병원 교수들은 매주 금요일 개별적으로 외래 진료를 축소할 계획이다.
충남대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주40시간 진료' 및 신규 외래 예약 축소 등 방침을 전체 진료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다수 병원에서는 앞서 집단 사직 및 '주52시간 근무'를 예고한 교수들 대부분이 여전히 기존 근무시간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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