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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계에 따르면 고성능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인텔,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통해 이르면 2026년부터 유리 기판을 채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2030년에는 유기(플라스틱) 소재 기판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AI 가속기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등 고품질 제품에 먼저 탑재된 후 점차 채용 제품군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 대신 유리를 채용한 기판이다. 기존 유기 소재보다 딱딱해서 세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열과 휘어짐에도 강해서 대면적화에 유리하다. 전기신호 손실과 신호 속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중간기판 없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수동 소자를 유리에 내장할 수 있어 더욱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도체 업계는 유리 기판을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보고있다. 유리 기판을 반도체 공정에 채용하면 실질적으로 반도체 미세공정을 두 세대 이상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리 기판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국내 일부 반도체 장비업체와 협업하면서 유리 기판 적용을 위한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C가 가장 먼저 유리 기판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와 합작해 앱솔릭스를 설립한 SKC는 미국 조지아주에 2억4000만달러(약 3247억2000만원)를 투자해 유리 기판 생산공장 세웠다. 해당 공장은 올해 2·4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국내 부품업계 양강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신성장 동력으로 유리 기판을 점찍고 생산 투자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유리 기판 시장 진입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연내 세종사업장의 파일럿 라인 가동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시제품 생산, 2026년에는 본격 양산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유리 기판 생산에 협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유리 기판 연구개발 및 양산 △반도체와 기판의 결합 △유리 공정을 각각 담당하는 식이다.
반도체 기판 사업 확대 등 사업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LG이노텍도 유리 기판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기판) 주요 고객이 미국의 큰 반도체 회사인데 유리 기판에 관심이 많다"며 "(유리 기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 기판 생산능력과 기술 확보 여부가 미래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주도권이 될 것"이라면서 "양산 전례가 없는만큼 기업들간 초기 시장 리더십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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