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등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법원 "자격없다" 잇따라 각하
의료계, 항고·헌법소원 제기 밝혀
법조계 "행정소송과는 다를 수도"
법원 "자격없다" 잇따라 각하
의료계, 항고·헌법소원 제기 밝혀
법조계 "행정소송과는 다를 수도"
■의료계 "상급법원 판단 받아볼 것"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의대생, 전공의, 의대 교수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6건 중 3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란 신청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우려가 있을 때 처분의 집행이나 효력을 임시로 중단하는 법원의 결정이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종료하는 것을 뜻한다.
법원은 지난 2일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데 이어 3일에는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도 각하했다. 전공의·의대생·수험생·교수 등 5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도 4일 각하됐다.
법원이 연이어 각하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의대생, 교수 등 신청인들이 소송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증원 처분에 대한 직접적인 당사자는 의과대학이 있는 각 대학의 장이기 때문에, 의료계는 제3자라는 논리다.
의대생·의대 교수·전공의·의대 수험생 측은 법원의 각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소송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법원의 각하 결정에 대해 "'대학 총장'이 소송을 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서울고등법원에 즉시항고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료농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의대생들조차 실체 심리를 받을 자격도 없다는 것"이라며 "사법부가 국민의 권리구제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정부의 폭정을 방치, 묵인, 지지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항고와 함께 심리가 예정된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학생들의 집행정지 중 일부 사건에 대한 재판부 기피신청도 냈다. 이 사건들은 행정 13부에 배당됐는데, 행정13부는 4일 전공의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재판부다.
■법조계 "헌법소원은 다를 수도"
의대 교수 등은 행정소송과 별개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방침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은 정부의 2000명 증원 방침으로 교육의 자주성, 교수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이번 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및 가처분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행정소송과 달리 헌법재판소에서는 청구인 적격을 다퉈볼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률상 이익을 따지는 행정소송과 달리 기본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만큼, 보다 폭넓게 인정될 여지가 있어서다. 행정법 전문 변호사인 법무법인 법승의 안성훈 변호사는 "행정소송은 주체가 이익을 구할 수 있는 당사자여야 하지만 헌재에서는 기본권 침해 여부를 보는 만큼 교수 자유 침해 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적격 문제와 별개로 본안소송에서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행정소송에서는 앞의 각하 결정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이 많았다. 안 변호사는 "남은 3건의 집행정지 신청 소송 역시 이전의 논리와 마찬가지로 원고 적격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의대생 등이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법원의 논리가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남은 집행정지 신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서울행정법원이 각하 결정을 연이어 내렸음으로 보충성 원칙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이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연이어 각하한 만큼, 헌법소원을 제기할 요건이 성립됐다는 취지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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