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연속 내수 둔화 KDI 진단
수출 훈풍을 내수로 선순환해야
수출 훈풍을 내수로 선순환해야
다른 내수 지표들은 좋지 않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소비위축, 투자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생산 연관효과가 큰 승용차 소비는 2월 기준 17.8%,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기기 및 컴퓨터 소비는 10.1% 줄었다. 소비가 쪼그라들면서 자동차 생산은 11.9%, 전기장비는 17.9% 줄었다. 가계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4.5%, 도소매업은 3.7% 감소했다. 내수와 투자, 일자리에 영향이 큰 건설 수주는 2월 기준 24.1%나 줄었다.
경제는 수출·내수·투자의 3개 축으로 지탱한다. 우리나라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반등한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지표의 착시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소비가 온전히 회복하고 반등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농산물 물가는 2월, 3월 두달 연속 20% 넘게 올랐다. 사과는 88.2%나 뛰었다. 주요 농작물의 작황부진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산업생산과 밀접한 유가도 최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동안 정책적으로 억제했던 전기·가스요금, 서울 지하철요금 등 공공요금도 4·10 총선 이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중에 재정의 절반 이상을 푸는 등으로 정부도 내수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크게 위축된 건설경기 회복에 수조원을, 과일·채소 값 안정에 무제한·무기한 재정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재정에 과잉 의존하는 물가관리와 내수부양은 일시적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대책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빚을 내서라도 나라곳간을 풀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 '유동성 잔치'의 후유증을 지금 겪고 있다.
이자 부담 등이 늘어 가계의 경제적 여력이 줄어든 상태다. 그러다 보니 꼭 필요한 생필품이 아니면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급등한 외식비도 줄이는 도리밖에 없다. 자연히 소비는 감소하게 된다.
우리 경제팀의 구호인 '역동경제'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일회성 현금 선심정책을 쏟아낼 때가 아니다. 기업 생산과 투자를 촉진하는 과감한 규제 해소와 세금 감면-재정의 균형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수출의 온기가 생산과 투자, 내수로 선순환하도록 세심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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