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전 세계의 지지를 받던 이스라엘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고립되고 있다. 동정을 받던 상황에서 비난을 받는 입장으로 변하면서 우방국으로부터도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6개월간 지속되면서 이스라엘이 그 어느 때보다 '국제적 왕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에 따르면 하마스 급습 직후 국제사회는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 이래 최악의 공격을 당했다며 이스라엘에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반격에 나선 이후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안타까움의 대상은 굶주리고 목숨을 잃는 팔레스타인인으로 대체됐다.
특히 지난 1일 가자지구에 구호 식량을 전달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활동가 7명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망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이스라엘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우방 국가들도 이스라엘에서 멀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7일 영국의 이스라엘 지지가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말했다.
캐머런 장관은 하마스의 공격이 있은 지 6개월 뒤 선데이타임스에 실린 칼럼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법을 준수해야 하며 하마스는 잔인한 분쟁을 종식시키는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우리가 지지해야 할 자기방위권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물론 우리의 지지가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랑스럽고 성공적인 민주주의가 이런 식으로 도전을 받더라도 국제인도법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썼다. 이어 "점령국으로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는 또한 국제사회가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노력에 이스라엘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캐머런 장관은 강조했다.
이스라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던 미국도 입장을 바꾸고 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을 향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도 점차 강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커비 조정관은 7일 ABC뉴스와 일요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국제 구호단체인 WCK 활동가가 사망한 일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이스라엘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며 "이제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도주의 인력에 대한 공습과 가자 지구의 전반적인 인도주의 위기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자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이스라엘이 민간인과 구호 요원을 보호할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지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맹방 미국마저 조건부 지지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가자지구 공세에 대해 "목표가 중요하더라도 그것이 그렇게 엄청나게 큰 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이 제네바협약 서명국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모든 당사자에게 국제인도법을 준수할 의무를 상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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