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국경·업종 뛰어넘는 금융동맹… 금융시장 붕괴 막을것" [미리보는 ‘2024 FIND·제25회 서울국제금융포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8 18:10

수정 2024.04.08 18:10

기조연설 맡은 토마스 노에 옥스포드대 교수
美 뱅크런 위기 막은 금융동맹
금융시장 안정화 기여 대표사례
지정학 시대 경제블록화 심화
한국에는 위협적이지 않을 것
한국 시장 강력한 은행 규제 등
글로벌 금융중심지 도약 걸림돌
'2024 FIND·25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토마스 노에 옥스포드대학교 새드 경영대학교 교수
'2024 FIND·25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토마스 노에 옥스포드대학교 새드 경영대학교 교수
"현대 금융동맹은 상호 이익을 위해 자원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이른바 금융과 비금융은 물론 국경을 넘는 금융동맹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이 한국 금융회사를 글로벌 플레이어로 만들기 위한 금융 자유화에 본격 투자를 할지 결정할 시점 입니다."

오는 2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개최되는 '2024 FIND·25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토마스 노에 옥스포드대학교 새드(Said) 경영대학교 교수는 8일 본지와 사전 서면인터뷰에서 이번 포럼 어젠다인 '협업을 넘어 동맹으로:금융동맹(financial alliance)과 새로운 금융 질서(new regime)'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토마스 교수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부상하는 금융동맹을 "두 곳 이상의 독립적인 기업이 '상호 이익'을 위해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 협력이나 상호 투자, 계약하는 형태"라고 정의했다. 이를테면 인도은행과 일본 다이이치생명보험사의 금융동맹과 같이 인도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보험사 상품을 인도 은행 고객에게 제공하는 국경을 넘은 금융 비금융 협력 사례와 같은 금융동맹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 금융기관 450여곳이 손을 잡은 '글래스고 금융동맹'과 같이 ESG 투자 촉진을 효율화하는 것을 금융동맹의 역할로 꼽았다.

특히 토마스 교수는 금융동맹이 금융시장 안정화에 기여한 대표적 사례에 대해 "최초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꼽히는 지난 1907년 미국 서부 은행 뱅크런 위기가 닥쳤을 때 J.P 모건 등 동부 대형은행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5차 중동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등 금융지정학 시대에 경제 블록화가 심화되는 현상과 관련, 토마스 교수는 "한국 경제에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글로벌 금융 중심지 도약을 막는 것은 '엄격한 외한 통제'와 '은행 규제'라고 지목했다. 다음은 토마스 교수와 일문 일답.

―금융동맹은 18세기 영국 퀘이커 상인들이 결성한 책임 투자에서 출발했다. 현대 금융동맹의 의미와 대표적인 사례는 무엇인가.

▲금융동맹은 두 개 이상 기업이 상호 이익을 위해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 협력할 때 형성된다고 느슨하게 정의할 수 있다. 보다 제한적 정의는 두 개 이상 기업의 계약이나 상호 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인도은행(BoI)와 일본 다이이치생명보험의 금융동맹은 인도은행의 5000개 이상의 지점 네트워크를 이용해 금융서비스가 부족한 인도 마을 주민에게 일본의 방카슈랑스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사와 보험사, 핀테크 기업 등 간 국경을 넘어 손을 잡은 금융동맹 일어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글로벌 금융사 간 연합(글레스고 금융동맹)과 같이 ESG 투자 촉진을 효율화하는 것도 금융동맹의 역할로 볼 수 있다.

―초불확실성 시대에 금융동맹이 금융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

▲금융동맹을 통해 금융시장 붕괴를 막은 사례가 있다. 지난 1907년 금융 공황은 샌프란시스코 지진 이후 영국 보험사가 미국 서부 회사에 엄청난 보험금을 지불하자 영란은행이 지급금으로 발생하는 금 유출을 제한하기 위해 할인율을 인상했다. 이에 미국에서도 할인율을 인상하자, 은행 파산을 우려한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번졌는데 J.P. 모건 등 뉴욕의 대형은행이 은행 간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시스템 붕괴를 막았다. 다만 금융안정화는 중앙은행이 수행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지정학 시대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바야흐로 '강대국 경쟁 시대'가 돌아왔다. 하지만 강대국 경쟁과 디커플링(탈동조화)를 구별해야 한다. 강대국 경쟁이 꼭 디커플링으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수출 경제국인 한국에서 디커플링은 경제 성장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만 '강대국 다극화 체제'는 한국에게 그리 위협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존 신자유주의 체제의 세계 무역 제체가 경제 블록화된 세계보다 한국에게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이유로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서구 블록에 가입하는 쪽은 선택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금융시장의 잠재력과 한계를 평가한다면

▲한국에는 엄격한 외환 통제와 은행 규제가 있다. 이에 한국이 주요 글로벌 금융 중심지가 되거나 원화가 주요 국제 통화가 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먼저 한국 금융사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금융 자유화 비용이 국내 경제 자율성을 잃을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한국이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 사례에서 보듯 GDP 대비 외환거래(FX) 시장의 통화 회전율이 매우 높아도 국가 번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 지배구조 전문가로, 한국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면.

▲좋은 지배구조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투명성과 이사회에서 잠재적 투자자 등 외부인 대표성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인이 회사 결정에 대해 제3자에 의해 검증 가능한 정보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에 회계와 감사 시스템에 의해 검증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감독당국이 사외이사가 어느 정도는 이사회를 대표할 수 있도록 이사회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제 일반적인 조언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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