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집'이라며 연고 없는 집으로 父 보내
기초 연금까지 가져간 아들, 학대 정황도
기초 연금까지 가져간 아들, 학대 정황도
[파이낸셜뉴스] "아버지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이 XX 이 XX' 해요. 서럽습니다. 서러워."
8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거동이 어려운 80대 노인이 하룻밤에 무려 700km를 헤매는 일이 벌어졌다.
50대인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자신의 누나 집으로 모셔달라며 사설 구급차를 불렀다. 아들이 알려준 주소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오후 6시 경남 진주에서 출발한 구급차는 350km를 달려 자정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해당 주소지는 노인과는 아무 연고가 없는 집이었다.
아들이 20년 가까이 연락이 끊긴 누나의 주소지로 무작정 아버지를 보내버린 것이다.
아들과 전화로 실랑이를 한 구급대원은 노인을 태우고 다시 경남 진주로 향했다.
13시간 동안 700km를 오가게 된 노인은 구급대원에게 평소 아들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자신에게 들어오는 기초연금을 아들이 가져가, 식사도, 목욕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
노인은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며 "목욕을 한 20일간 안 했다"고 토로했다.
취재진이 아들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생활고로 부양이 어려워 그랬다고 답했다.
노인 학대 얘기가 나오자, 이를 부인한 아들은 오히려 아버지에게 윽박을 질렀다.
노인을 구조하기 위해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과 방문했지만, 그는 학대당한 사실이 없다며 "아들이 효자다"라고 감쌌다.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린 노인보호기관 측은 경찰에 순찰 강화를 요청했다. 또 지자체와 함께 노인을 보호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