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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의 경제산책] 세금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9 18:09

수정 2024.04.09 18:09

법인세율과 상속세율을
낮추는 세법개정안 필요
국회입성 선량들에 기대
유일호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세금이란 무엇인가? 세금의 정의를 이렇게 묻는다면 대부분 그리 어렵지 않게 대답할 것이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지출, 즉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자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납부하고 있는 세목들이 왜 필요한 세금인가 하는 데 대한 답을 일반인이 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흔히 대표적 세금이라고 생각하는 소득세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이 세금은 사실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나폴레옹전쟁의 전비 마련을 위해 신설하고자 했으나 의회의 반대 때문에 도입하지 못한 것이 그 최초의 시도로 알려져 있다(실제 소득세 도입은 미국에서 20세기 초에 이뤄졌다). 그 반대의 이유는 신성한 노동으로 얻은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잘 생각해 보면 수긍이 되는 논리이기도 하다. 물론 소득세는 징수가 쉽고, 무엇보다도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는 장점 때문에 지금 가장 대표적인 세목으로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다(사실 현재의 세금들이 대부분 역사가 짧은 이유는 국왕이나 영주가 마음대로 '세금'을 징수하거나 사용료의 형태로 걷을 수 없는, 사유재산제도 확립 때문이다).

현재 존재하는 세금 중에는 재산세가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고대에 많이 활용되던 십일조가 그 원형이라고 하는데, 이 세금 역시 그 존재 이유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재산을 보유만 하고 있는데도 과세가 된다는 이른바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문제도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다른 세금과는 달리 재산의 가치를 추계해야 되는 추계과세가 될 수밖에 없고, 그 추정의 정확성에 대한 이의 제기가 납세자로부터 나오기 쉽다. 물론 이 세금은 자원배분의 왜곡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특히 지방세로서 유용한 세금으로 평가된다.

법인세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세금이다. 법인의 소득은 사업의 결과에 의한 이익일 뿐이고, 그것은 주주에게 배당이 되든지 바로 투자가 되든지 아니면 사내에 유보되어 있다가 미래 투자재원으로 활용되든지 한다. 그리고 배당금(소득)은 개별 주주의 소득의 일부이므로 소득세 부과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중과세 문제도 발생한다(그로스업 등으로 부분적 해결은 한다). 극단적으로는 이런 이유 때문에 법인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으로 상속세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세금은 18세기 말 유산 증여에 대한 인지세 형태로 출발해서 20세기에 과세되기 시작했다. 상속세는 '죽음에 대한 세금'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유산동기에 대한 처벌, 상속세 회피를 위한 우회적 증여(예를 들어 과도한 자녀교육에 대한 투자) 등 많은 근거로 존재 이유에 대한 비판이 있다. 물론 인생의 출발점이 부모로부터의 상속에 의해 차이가 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에 의해 상속세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를 폐지하고 자산과세 강화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그래서 실제로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도 있고, 한시적 폐지를 경험했던 나라도 있다.

이와 같이 각 세목은 그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와 그 반론이 같이 존재한다. 그래서 근원적 세제개편에 대한 논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개편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각국이 처해 있는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 내릴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현행 세제의 틀 안에서 세율 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세제를 개선하느냐 하는 문제의 해결이 더 긴요하다.

필자는 현행 법인세율이나 상속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외 각 세목별로 개선할 세부사항이 많다고 본다. 아마 많은 전문가들 역시 이 점에 동의할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새로운 국회의원들이 뽑힌다. 새로 국회에 입성하는 선량들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세법개정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원칙을 상기하고 책임감 있는 의정을 펼칠 것으로 믿는다.

유일호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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