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여성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일터 만들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9 18:17

수정 2024.04.09 18:17

女임금근로자 1000만명 역대 최대
국가 돌봄·유연근로제 등 안착해야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임금근로자는 전년보다 28만2000명 증가한 997만6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45.7%를 차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임금근로자는 전년보다 28만2000명 증가한 997만6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45.7%를 차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여성 임금근로자가 1000만명에 육박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45.7%로 역대 최고다. 9일 통계청 집계로 지난해 기준 여성 임금근로자가 997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28만2000명 늘었다. 여성 임금근로자의 68.7%가 정규직인 상용근로자(685만3000명)였다. 280만명이 비정규직인 임시근로자(28.1%), 32만명(3.2%)이 일용근로자로 일했다.
남녀 전체 상용근로자 중에선 여성이 42.4%로 낮은 데 비해 임시근로자 비중은 60.7%에 달했다. 여성들이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취약한 노동시장에서 많이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가경제가 성장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의 처우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임금은 물론 승진, 채용 등 여러 가지 차별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근속연수, 경력 등의 보편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고 있다. 남녀 임금격차를 보면 2022년 기준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12.1%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에서 여성이 더 많이 일하는 것도 임금격차가 벌어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 저임금 근로자(임금근로자 중간 임금의 3분의 2 미만) 비율은 22.8%로 남성 근로자(11.8%)의 2배가량이었다.

우리나라 15~65세 경제활동인구는 앞으로 8년 내 170만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게다가 합계출산율 0.6명대의 심각한 저출산은 이미 현실이 됐다. 내년에는 세계 최고속도로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이처럼 생산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민연금·건강보험료·세금을 내는 납세자, 고령세대를 부양할 수 있는 일하는 국민이 빠르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를 극복하려면 생산인구 유입을 확대하고 노동생산성을 더 높여야 한다. 오는 2032년까지 2%대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노동인구 90만명이 더 필요하다는 추산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성들이 육아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 일하는 여성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정책들을 고민해야 한다. 아이가 있는 여성에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도록 돕는 유연근무, 필요한 기간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차별받지 않는 인사, 다양한 재취업 기회 제공 등의 제도들이다.
한달에 200만원이 넘는 가사·육아 도우미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합리적인 외국인 육아 도우미 도입 등의 정책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확대 추진 중인 교육·돌봄을 동시에 제공하는 늘봄학교와 같은 국가책임 보육제도의 조기 안착도 중요하다.
여성들이 일터에서 차별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과 사회적 인식을 갖추는 것이 수조원을 쏟아붓는 현금성 지원보다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