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제조 대기업들이 해외에 제2의 본사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방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아직 검토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따른 외국의 압박 속에 대만 제조업 대기업들이 해외에 또 다른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도했다.
회계·컨설팅업체 KPMG의 대만 파트너 궈라우니에는 "(해외에) 제2본사를 설치하는 계획을 검토하는 고객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궈 파트너는 "제조업 대기업들이 현재 동남아 지역에 제2본사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대만 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외에서 즉각 대응에 나설수 있도록 하는 대체 지휘시스템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전자부품 업체 라이트온, 통신·의료기기 장비업체 퀴스다 등 여러 제조업체들이 해외 제2본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컨설팅업체 대만 대표는 "해외 제2본사 논의가 검토되는 단계에 불과하다"면서도 "그러나 상당수 업체들이 생산 해외 거점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비상계획을 위한 구조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만 제조업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싱가포르에 제2본사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만 제2본사 후보지로 부상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스위스, 또는 네덜란드 역시 제2본사 후보지로 대만 기업들이 기웃거리고 있다. 실제 TSMC는 일본에 제1공장을 건설한 데 이어 1공장 주변에 2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는 1공장에 이어 2공장에도 보조금 지급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TSMC가 1, 2공장에 이어 일본에 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기업들이 해외에 제2의 본사를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은 후보 대상지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비록 대만 기술업체들의 핵심 시장이기는 하지만 세금 문제로 인해 제2본사로는 적절한 입지가 아니라는 게 FT의 분석이다.
한편 애플 아이폰을 하청생산하는 폭스콘부터 반도체를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 TSMC에 이르기까지 대만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십년간 전세계 전자장비·부품 공급망의 허리 역할을 해왔다. PC부터 스마트폰, 서버, 통신장비 등이 대만 제조업체들을 통해 전세계에 공급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