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 0…개혁신당 3·새미래 1
'금배지' 이준석 '대권 좌절' 이낙연
거대 양당 정쟁에 3지대 존재감↓
[서울=뉴시스]하지현 신재현 이현주 수습 기자 = 녹색정의당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를 포함한 제3지대 정당들이 22대 총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양당 기득권 타파'를 외치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여야 비례 위성정당에 더해 조국혁신당까지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됐던 제3지대 정치인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이뤄내며 극적으로 당선됐지만,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10%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치생명 기로에 섰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기준 전국 비례대표 개표율 73.87%에서 녹색정의당은 2.04%, 개혁신당은 3.46%, 새로운미래는 1.6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범여권 제3지대 정당인 개혁신당의 경우 지역구에서 이준석(경기 화성을)·이원욱(화성정)·양향자(용인갑)·조응천(남양주갑) 후보가 출마했으나 이준석 대표만 생환했다.
비례대표 지지율은 3.43%를 기록해 이주영·천하람 후보까지 당선권에 들 전망이다. 기호 7번을 받은 개혁신당은 당초 지역구 1석, 비례 3~4석 등 총 4~5석 확보를 목표로 잡았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도 거론됐다. 지난해 개혁신당을 주도적으로 창당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와의 합당·결별 과정에서 지속적인 지지율 침체를 겪었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화성을 출마 결정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 어디에도 지역구는 이 대표뿐만 아니라 이 대표 정당 후보들이 당선될 곳은 없다. 이 대표의 판단은 참 애석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4수 끝에 금배지를 달면서 향후 대권 도전 등 그의 정치적 체급도 커지게 됐다. 개혁신당 자체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한계로 꼽힌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밀린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 연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연대가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대다수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마이너스 효과가 더 많을 것"이라며 "개혁신당 자체 지지도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개혁신당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연대할 경우 이탈층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거대 양당 체제 탈피를 기치로 내세웠던 새로운미래와 녹색정의당도 원내 입성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뿐 아니라 예상 밖 돌풍을 불어온 조국혁신당도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군소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녹색정의당은 현역 의원 6명을 보유해 비례대표 투표에서 기호 5번을 따냈지만 22대 총선에선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녹색정의당은 장혜영(서울 마포을), 강은미(광주 서구을) 등 현역 의원들을 필두로 전국 254개 지역구 중 17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지만 단 1석도 얻지 못한 것이다.
진보당 등 타 군소정당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에 참여함으로써 국회에 입성한 것과 대조되는 형국이다. 녹색정의당이 민주연합에 합류하지 않고 지역구 연대에도 나서지 않으면서 원내 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4선으로 녹색정의당 내 유일한 중진 의원인 심상정 경기 고양갑 후보의 낙선도 녹색정의당 존립에 치명타를 입혔다. 심 후보는 21대 국회에서도 유일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돼 당 대표, 원내대표를 역임하는 등 당내 중량감 있는 인물로 꼽혀왔다. 하지만 김성회 민주당 후보와 약 30%포인트(p)차로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됐다.
녹색정의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얻지 못한 건 비례정당으로서 존재감을 그간 강조해 왔던 녹색정의당 노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정의당은 14명의 후보를 냈지만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기준선인 득표율 3%을 넘지 못해 0석에 그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9.67%의 득표율로 비례대표 5석을 확보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녹색정의당 관계자는 "녹색정의당은 처음부터 선거연합 정당이었기 때문에 총선이 지나면 각자의 당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인 만큼 그것과 다른 논의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정의당은 진보정당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그런 고민들 안에서 역할을 어떻게 이어갈지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새미래 공동대표의 탈당 등으로 민주당에서 파생된 새로운미래도 기대했던 의석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새미래는 현역 의원 5명이 민주당을 탈당해 투표용지 기호 6번을 받았는데 지역구 수성은 물론 비례대표 의석 확보도 기대했다.
오영환 새미래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저희가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을 중간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5석을 목표로 하고 있고, 저희 국민들께서 그만한 정치를 바꿀 그런 기회를 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 확보는 김종민 의원 당선에 그쳤다. 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에서 지역구를 옮긴 김 의원은 민주당 이영선 후보가 허위 재산 신고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된 이후 국민의힘 류재갑 후보와 대결한 끝에 승기를 거머쥐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혔던 이낙연 대표도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대표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 조사 결과에선 지역구 현역의원인 민형배 민주당 후보와 55%포인트 차로 낙선이 예측됐다.
특히 설훈(경기 부천을), 홍영표(인천 부평을) 등 중진 의원의 참전으로 기대됐던 지역구 확보도 실패하면서 현역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다. 대전 대덕구 재선을 노렸던 박영순 의원도 민주당 박정현 후보와 경쟁에서 결국 떨어졌다.
새미래는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도 사실상 어려워져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 상황이다. 양소영 전 민주당 대학생 위원장, 조종묵 전 소방청장 등 11명의 비례대표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로 보면 비례 의석은 1석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 득표율이 3%를 넘는 정당에만 비례 의석을 배분한다. 정당 득표율 3%를 넘겨도 산출식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가지 못할 수도 있다.
오 위원장은 전날 개표상황실에서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견고한 양당 체제, 진영 대결 구도를 결국 흔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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