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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을 공개하고 AI 기술·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네이버와 동맹을 맺었다.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반도체·인프라 생태계 판도를 바꾼다는 목표다.
인텔은 11일 여의도 FKI타워 루비홀에서 ‘인텔 비전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자체 개발한 최신 AI 칩 ‘가우디3’를 소개했다. 인텔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기술 컨퍼런스 ‘인텔 비전 2024’에서 공개한 ‘가우디3’를 한국에서도 선보인 것이다.
인텔은 '가우디3'가 엔비디아의 최신 칩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효율이 두 배 이상 높고 AI 모델을 1.5배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오픈 AI 모델인 라마와 아랍에미리트가 개발한 오픈 소스 대형 언어 모델인 '팔콘' 등에서 테스트했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가우디3가 오는 3·4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며, 미 서버업체 델과 HP, 슈퍼마이크로 등이 가우디3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와의 협력 강화다.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담당 이사, 하정우 네이버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권세중 네이버클라우드 리더 등 AI 핵심 인력들은 인텔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엄청난 AI 모델을 구축한 대단한 회사"라고 치켜세웠고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화상을 통해 "인텔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하 센터장은 “네이버는 차세대 LLM 서비스를 위해 가장 강력하고 혁신적이며 안전한 멀티모달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배포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인텔과 긴밀하게 협력해 스타트업과 학계를 포함하는 생태계로 확산해 혁신적인 생성형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글로벌 기업고객에게 LLM 학습 클라우드 인스턴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가우디를 검증하고 이 결과를 통해 가우디 기반 LLM 학습 인프라를 구축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이동수 이사, 권세중 리더 등이 화상연결을 통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네이버는 일단 가우디3가 아닌 가우디2를 하이퍼클로바X에 적용하는 방안을 테스트한 뒤 도입 여부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인텔이 H100의 성능에 비견되는 새 칩을 내놓으면서 AI 칩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도 지난해 12월 자사의 최신 AI 칩인 MI300X를 출시하며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의 클라우드에 탑재된다고 밝힌 바 있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 속에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는 한 발짝 더 나간 상태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H100의 후속작으로 새로운 아키텍처 '블랙웰' GPU 기반의 AI 칩인 B100과 B200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올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인텔은 퀄컴, 구글 등과 '반엔비디아 전선'을 형성하며 AI 앱 개발을 위한 오픈 소프트웨어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폐쇄적인 엔비디아 쿠다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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