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2대 총선이 거대 범야권 '압승', 여당 '참패'로 귀결되면서 여야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리스크를 떠안은 채로 거대 야당의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안정적인 대권 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난파 위기에 처한 여당을 구할 '슈퍼루키'로 떠올랐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동안 휴지기를 통해 훗날 재기를 위해 암중모색할 처지에 놓였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곳은 차기 대권 잠룡들이 붙었던 ‘명룡대전’이다. 이 대표는 여당 거물급인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제치고 승리를 따냈다. 이 대표는 원 전 장관을 상대로 8.67%p(7749표) 격차를 벌리며 당선됐다.
이 대표는 지역구 승리를 거머쥔 것과 함께 거대 범 야당의 승리를 견인하면서 누구보다 차기 대권 가도에서 한발짝 앞서게 됐다.
총선에서 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총 175석을 확보하며 국민의힘·국민의미래(108석)를 제치고 압승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한계로 지적된 당내 권력 기반을 확실하게 구축했다는 평가다. 또 공천을 통해 당의 DNA를 '친이재명계' 인사로 완벽하게 재편한 만큼 향후 대권도전까지 큰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긴급 구원투수'로 투입된 한 비대위원장은 비교적 선전에도 불구, 정권심판론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국정 지지 기반의 핵심 축인 수도권과 중원에서 참패해 당분한 로우키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어려운 시기에 어느정도 선방한 데다 대중에게 '한동훈'이라는 인물적 참신함과 기존 여의도문법 탈피에서 오는 미래지도자 인상을 어필한 만큼 당분간 정치적 휴지기를 통해 향후 행보를 고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가 윤석열 정부 집권 3년차에 치러져 심판론이라는 야당발(發) 프레임이 먹혀든 데다 국정운영의 세 축인 정부·여당·대통령실의 공동책임이라는 점에서 높은 인지도 등 인상적인 입지를 구축한 한 위원장의 역할론은 향후 다시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 위원장은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뒀다. 한 위원장은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제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총선 뒤 유학설 등을 일축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잠룡 급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인물도 있다. 총선을 38일 앞두고 조국혁신당을 창당한 조국 대표는 비례대표로만 12석을 확보하면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다만 조 대표는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될 경우 차기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4번의 도전 끝에 국회에 입성하면서 잠룡 지위를 유지했다는 평이다. 이외에도 여권 내 잠룡으로 꼽히던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기존의 지역구를 각각 수성하고, 탈환하면서 잠룡으로의 저력을 확인했다. 반면 씁쓸한 퇴장을 맞이한 거물급 정치인들도 있다. 경기 고양시갑에 출마한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은 5선 도전에 실패,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역시 지역구(광주 광산을) 패배와 비례대표 0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며 씁쓸한 퇴장이 예고됐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