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은행권 가계대출이 1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금리로 인해 신용대출과 정책모기지(특례보금자리론) 등 상환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통계에서 빠진 '착시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버팀목·디딤돌 제외' 주담대 증가폭 급감
11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6000억원 감소한 109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7000억원) 이후 꾸준히 이어오던 증가세가 12개월 만에 처음 꺾인 것이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과 함께, 기존 은행재원으로 집행되던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3월 중순까지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집행되면서 증가폭이 축소됐다. 신생아특례대출을 포함한 버팀목, 디딤돌대출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은 통상 2~5월 경 자체 재원으로 우선 공급하다가 이 재원이 소진되면 이차보전 형태로 은행 재원을 끌어다 쓴다. 은행권 재원으로 공급되는 정책대출은 가계신용 통계에는 포함되나 은행 가계대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주담대를 분류해보면 주택도시기금 주담대는 지난 1달 간 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월 3조4000억원가량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자체 주담대가 2조원 늘어 전월(3조1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고,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감소폭은 1조8000억원을 유지한 가운데서다.
이에 주담대 증가폭 역시 전월(4조7000억원) 대비 크게 줄어든 5000억원에 그쳤다. 원지환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최근 몇 개월을 살펴보면 이차보전으로 공급되는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매월 3조원 정도 증가했다"며 "3월에도 이 정도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3월 중 가계대출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타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전월에 이어 상당폭(-2조8000억원→2조1000억원) 감소했다.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낀 차주가 신용대출을 계속해서 갚고 있는 데다가 은행들은 분기말 부실채권을 매·상각했기 때문이다.
기업대출 찾는 은행들...2금융권 가계대출도 ↓
이런 분위기에 은행들은 일찌감치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전략과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맞물리며 큰 폭 증가하는 모양새가 이어졌다. 기업대출은 전월 8조원 증가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10조4000억원이 늘며 증가폭이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대기업대출(3조3000억원→4조1000억원)이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에도 일부 대기업의 시설자금 수요가 늘며 증가폭이 확대됐다. 중소기업대출(4조7000억원→6조2000억원)도 은행권의 대출 영업 강화, 중소법인의 법인세 납부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한편 은행과 함께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줄어들며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도 감소(-4조9000억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월(-1조9000억원)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인데다가 감소폭이 확대됐다. 다만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3조3000억원 줄어들어 전월(3조8000억원) 대비 감소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 및 주택거래 회복세 지연 등으로 인해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취급된 디딤돌·버팀목 대출 실적을 포함하더라도 가계대출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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