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은 38곳(이전상장·스팩 제외)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1곳은 상장규정 상의 심사기간(45영업일)을 넘긴 지 오래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유라클은 지난해 9월 예심을 청구, 7개월 이상 심사를 받고 있다. 엔지노믹스, 아이빔테크놀로지 등도 5개월 넘게 승인을 대기 중이다.
오랜 기간 심사를 받았지만 결국 상장에 실패한 기업도 적지 않다. 옵토레인을 비롯해 하이센스바이오, 피노바이오, 노르마, 코루파마, 나노시스템, 이안 등은 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지난해 5월 코스닥 상장예심을 청구했던 피노바이오는 올해 2월 '거래소 심사가 1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기업가치를 반영하기 어려워졌다'며 상장을 포기했다.
세무회계 서비스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해 8월 상장예심을 청구한 뒤 7개월 만에 거래소로부터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삼프로TV 운영사 이브로드캐스팅 역시 8개월이 지나 미승인 결정을 받았고, 상장을 포기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뻥튀기 상장' 논란을 빚은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한층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입성한 파두는 그해 3·4분기 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상장을 위해 실적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거래소의 심사인력이 부족한 데다 심사과정이 강화되면서 기간이 점점 늘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시큐레터마저 8개월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심사가 더 엄격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기술특례제도로 상장한 시큐레터는 이달 5일 2023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 폐지 사유로, 시큐레터는 곧장 거래가 정지됐다.
IB업계 관계자는 "파두 사태뿐만 아니라 틸론이 거래소 심사를 통과했지만 금융감독원에서 제동을 걸면서 상장이 취소되는 등 여러 사건이 발생했고, 거래소 심사가 타이트해졌다"며 "신규상장하는 기업이 많아지다 보니 인력 문제도 있어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시큐레터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상장 주관사 입장에서는 45영업일 안에 심사 결정이 나지 않는다고 보고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거래소는 심사과정이 더 엄격해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전과 달리 기준을 높이는 등 심사와 관련해 변동된 것은 없다"며 "시큐레터의 경우도 거래소 심사와 상관 없는 이슈여서 심사기준을 강화하거나 바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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