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민심 확인한 총선 결과
국힘 지도부 공백 속 비윤계 부상
대통령실과 거리두기 전략 무게
제22대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선 겸손하게 당이 민심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권 심판론이 범야권의 압승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당정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국힘 지도부 공백 속 비윤계 부상
대통령실과 거리두기 전략 무게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국민의 회초리, 겸허히 받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거는 등 철저하게 '반성 모드'를 유지중이다.
총선 당일까지 국민의힘은 주요 격전지에서 골든크로스가 일어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는 신승을 토대로 한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정작 결과는 참패였다. 앞서 당의 중진급 인사들은 선대위 입장과는 정반대로 총선 참패를 예견한 듯했다. 권성동·나경원·윤상현 의원이 총선을 3일 앞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읍소 작전을 편 것을 두고 이러한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여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동시에 당의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시계를 좀 더 뒤로 돌려보면 지난 2월 말 국민의힘은 공천을 비교적 잡음없이 마무리하면서 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을 앞섰다. 하지만 민주당도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자 정권 심판론은 3월 초부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때 대통령실발 악재가 덮쳤다. 당시 이종섭 주 호주대사의 '도주 논란'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이 나오면서다. 한 위원장이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사퇴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실의 변화를 어느정도 이끌어냈지만 정부가 '뜨거운 감자'인 의대 증원 갈등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자 결국 민심은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이슈나 인물경쟁력은 모두 심판 블랙홀이 빨아들였다.
총선 결과를 놓고 여권 내에선 정권 심판론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부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권 심판론이 여전히 우세했던 지난달 말 한동훈 위원장이 '이조심판특위'를 구성하자 당에서는 '전략 미스'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는 건 민심이 정권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뜻인데, 이 상황에서 당이 정부에 민심을 전달하지 않고 되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혁신당을 공격하는 건 번지 수를 잘못 집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민생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진행한 것도 정권 심판론을 완화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당이 현안의 선봉에 서서 주도하는 모습이 필요했다는 의견이다.
정권 심판론을 우회하기 위해 당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다. 대통령실과 완전히 거리를 두거나, 대대적인 국정 기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두 전략 모두 취하지 않고 야당 네거티브에 집중한 것이 이번 총선의 참패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의 정체성을 새로 만들 수 있는 지도부를 세우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또 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는 대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해 전열 재정비에 나서 당을 빠르게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총선 참패 이후에는 대통령실과 당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비윤석열계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현재까지는 당 수습 방안을 위한 논의에만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끝나면 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가 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은 여론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대통령실은 이를 가감 없이 반영해야 한다"며 "비대위로 적당히 위기를 넘어가려고 하지 말고 전당대회를 치르고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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