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손실 커져
미국의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옅어지면서 장기채권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리인하 시점이 늦춰지는 분위기에 주가가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금리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축소돼 1~2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장기채권 ETF들의 올해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국고채 30년물 ETF인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는 -7.04%,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는 -4.26%로 나타났다. 금리가 하락하면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지만 한국은행이 10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는 과정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났다.
미국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ETF 역시 비슷한 처지다.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는 올해 들어 20% 넘게 하락했고, 'SOL 미국30년국채액티브(H)'도 10% 이상 내렸다. 지난 2월 말 상장된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의 주가는 9470원으로 상장 당일 종가(9970원)보다 낮다.
특히 지난주 장기채권 ETF들의 낙폭이 가파르게 나타났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인하가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때문이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연방은행 총재를 비롯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연이어 금리인하에 신중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CPI 발표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4.5%)을 넘어 4.593%까지 상승하고,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3.388%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의 주가는 지난 11일 4개월 만에 6만원대로 내려선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장기채권 투자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래에셋증권 민지희 연구원은 "유가 흐름, 인플레이션과 고용 등의 지표를 확인하며 당분간 금리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미국 장기채권에 대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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