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들이 올해 본토에서 주식으로 조달한 금액 역대 최저 수준
역외 증시 조달 금액도 20년 만에 가장 적어
해외 채권 시장도 부진, 위안 채권 발행은 늘어
경기 침체에 당국 규제, 해외 금리 상승으로 中 기업 자금 조달 난항
역외 증시 조달 금액도 20년 만에 가장 적어
해외 채권 시장도 부진, 위안 채권 발행은 늘어
경기 침체에 당국 규제, 해외 금리 상승으로 中 기업 자금 조달 난항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1년 2월에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중국 증시가 불안한 경기 전망으로 수십년 만에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증시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에도 돈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조사업체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중국 기업들 올해 들어 중국 본토 증시에서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전환사채 전환주로 조달한 돈이 64억달러(약 8조8550억원)라고 전했다. 해당 금액은 중국 증시에서 같은 기간으로 비교했을 때 역대 최저 액수다. 올해 중국 본토 증시의 신주 발행 규모는 지난해 연말 대비 83% 급감했다.
지난 2017년 중국 국영 기업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에 인수된 스위스 농약 종자 그룹 신젠타는 올해 상하이 증시 IPO를 준비했으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자진해서 IPO를 철회했다. 중국 본토 증시에서는 지난 3월에만 34곳의 기업들이 IPO 신청을 철회했으며 같은달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신규 IPO 신청 건수는 0건이었다. 지난 3월에 중국 본토에서 IPO로 상장된 기업은 10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곳)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중국 기업들이 홍콩 시장을 비롯한 역외 증시에서 조달한 금액도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16억달러(약 2조2140억원)로 이는 2003년 1월 1일~4월 9일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적은 금액이다.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진행한 인수합병(M&A) 규모 역시 올해 들어 25억달러(약 3조4600억원)로 2005년 같은 기간 이후 최저 금액이다.
채권 시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중국 기업과 은행, 정부가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은 올해 들어 지난 11일 기준으로 260억달러(약 35조9840억원) 규모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40억달러) 보다는 조금 많지만 여전히 2021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중국 내에서 발행된 채권은 올해 들어 2460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싱가포르 증권사 UOB 케이히안의 왕치 홍콩 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신이 1990년대부터 금융가에서 일했다며 "지금 중국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관심 수준은 지금까지 내 경력 가운데 최악"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중국 금융시장 관계자는 "어떤 투자자라도 지금 상황을 흐릿하게 본다"며 "경제적 불확실성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FT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5.2% 성장했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기대했던 강력한 반등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가격지수는 0.1% 상승에 그쳐 여전히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위기를 떨쳐내지 못했다. 또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지난해부터 IPO 및 증자를 억제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상장 기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IPO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증권 범죄를 단속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중 갈등에 따른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이탈도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FT는 팬데믹이 끝나가던 2021년만 하더라도 중국 기업들이 해외 증시에서 조달한 금액이 610억달러(약 84조3935억원)로 올해보다 39배 많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당시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 역시 올해보다 4배 많았다. FT는 중국의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 금리를 내리거나 동결하고 있지만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기준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아시아 고금리 채권 시장의 중심이었던 중국의 부동산 업체들이 당국의 규제와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도 채권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스위스 UBS은행의 맨디 주 중국 부문 대표는 "중국 혹은 중국 연관 기업들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자본 지출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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