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수출 기업 수혜는 옛말..물류비 증가로 수익성 악화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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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치솟는 환율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 환율 급등은 '수출 기업 수혜·수입 기업 피해'란 공식이 성립됐지만 현재는 수출·입 기업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유가·고금리로 인해 물류비 등 비용 증가가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8.60원(0.63%) 오른 138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올라선 것은 1년5개월 만으로, 이란·이스라엘 충돌로 인한 중동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고점을 1400원대로 열어두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제는 수출·입이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환변동 위험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인력이 풍부해 환위험 관리에 전담직원을 둘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직원을 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신용도가 낮아 은행으로부터 선물환거래 자체를 거부당할 수도 있고, 선물환거래를 할 경우에도 은행이 수수료를 높여서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이 1400원대에 근접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수입 중소기업이다. 당장 원자재와 제품을 사와야 하는데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부품과 자재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안산에 위치한 A중소기업 관계자는 "알루미늄, 구리 등 수입 원재료가 필수인데 환율 급등으로 인해 비용 지출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올해 고환율을 예측하면서 경영계획에서 환율 밴드를 1300~1350원으로 짰는데 벌써부터 예측을 벗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원자재·중간재를 수입해야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A기업과 상황이 비슷하다.
그렇다고 수출 기업이 수혜인 것도 아니다. 물류비 등 부대비용이 크게 오른 상태인데 수출단가에 부대비용 상승분까지 반영하기가 어려워서다.
미국에 떡볶이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는 B기업 대표는 "수출 계약을 맺을 때 1년 단위로 하게 된다"며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류비가 크게 올라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환율마저 치솟아 자칫 팔아도 남지 않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B기업은 올해 경영계획에 환율을 1300원으로 계상해둔 상태다.
당장 고환율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진 않더라도 6개월 뒤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기업계 전문가는 "제조업 특성상 원자재 가격 수입·제조·납품 등으로 이어지는 기간이 6개월 정도 소요되므로 고환율로 인한 여파는 6개월 후에 올 수 있다"며 "환변동에 따른 보험지원 확대 등 중소기업의 환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올해 파이낸셜뉴스가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경제분야 전문가 112명을 대상으로 '2024년 경제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5.7%가 원·달러 환율이 1250~1300원 미만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1300~1350원 미만이라는 응답 비중도 33.9%였다. 또 1200~1250원 미만이 응답자의 20.5%였고, 1200원이라는 응답은 0%였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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